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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라이프/부다페스트 일상

주간 일기 : 짧은 듯 긴 일주일, 드라마 이야기

by _oneday_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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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0.

 
점점 그저 일기장이 되어 가고 있는 티스토리... 일기 쓰는 것도 재밌지만 다른 글들도 쓰고 싶은데 어떤 주제로 글을 적어야 할지 항상 고민이다. 그냥 그때그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주제로 나누어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글재주가 너무 없다. 누가 읽을까 싶은 일기도 매주 써 내려가는 마당에 뭘 쓰던 관계는 없겠지만... 


요새 푹 빠진 커피, 코르타도. 언제부터인가 커피의 강렬한 맛과 우유가 어우러지는 게 좋아서 플랫화이트, 아니면 카푸치노나 라떼에 샷추가해서 마시다가 이젠 에스프레소:우유가 1:1인 코르타도. 다음은 에스프레소 마끼아또인가.

오후에 비가 온 줄도 몰랐는데 일하다가 하늘을 보고 혼자 무지개 뜰 것 같은 하늘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무지개가 떴다! 유럽 살면서 평생 볼 무지개는 다 보는 듯.

퇴근 때 하늘도 색이 예술이었다. 요즘 하늘 보는 맛이 있음.
 
저녁 운동하고 남편 배웅. 같이 있는 시간이 짧아도 운동 절대 포기 못하는 헬창 호소인 커플...


2025.03.11.

신분증 만드려고 주민센터 오픈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빨리 처리하고 출근 전 커피도 한잔하고 아주 알차다 알차. 
저녁은 오랜만에 차이나 타운 가서 훠궈. 맛있는데 너무 기름지다 보니 다음날 하루 종일 배앓이가 있었다. 무서운 중국음식.

집에 와서 신랑이랑 영통 하려고 노트북 열었는데 랜덤으로 나오는 풍경이 부다페스트 💕

평일엔 일찍 자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보던 시리즈를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 없었다. 다 보고 나니 1시가 넘은 시간. 나를 늦게까지 붙잡아 두었던 건 '리플리 더 시리즈'. 맷 데이먼과 주드로가 나온 영화 리플리도 여러 번 봤는데 시리즈라니. 봐야 해. 단순히 영화 '리플리'가 원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작 소설은 따로 있고 시대에 걸쳐 계속 영상화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60년대 '태양은 가득히'가 가장 먼저 나온 영상화) 이미 아는 스토리임에도 작품마다 각색과 연출에 따라 또 몰입하게 되는 게 한편 흥미로웠다.

게다가 뭐니 뭐니해도 배경 보는 맛이 있는 리플리. 영화 리플리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시리즈에 걸쳐 이탈리아의 곳곳이 나오는데(아트라니, 산레모, 로마, 팔레르모, 베니스....) 영상이 흑백인 게 오히려 더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당시 인기 있었던 이탈리아 노래들도 나오는데 극 중 가수가 Il cielo in una stanza를 부르는 장면은 나에게도 큰 울림이었다. 배경이 이탈리아인만큼 이탈리아 배우나 이탈리아어 대사도 많아 혼자 반갑기도 했다. 그나저나 리플리 이탈리아에서 6개월 남짓 있었던 거 같은데 이탈리아어 너무 잘하는 거 아니냐고.


2025.03.12.

 
일-운동-집! 밤에 뜨개 하면서 요즘 엄청 인기 있는 폭싹 속았수다를 4화까지 전부 보고 잤다. 
 


2025.03.13

 
아침에 엄마와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배경이 6-70년대로 주인공들이 우리 부모님 보다 조금 윗 세대이긴 하지만, 그즈음이라 생각하면 정말 몇십 년 만에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여자는 공부시킬 필요도 없고, 남녀가 야반도주하면 여자에게만 흠이고, 본인도 시집살이로 고생했으면서 며느리에게 더 못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모습 등등... 없는 살림에 남자들도 힘들었겠지만 여자들에게 유독 가혹했던 그때. 내가 어릴 땐 그 시대에 비하면 나았고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지만, 여전히 친척 어른에게 여자가 무엇하러 대학에 가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정말 어릴 때 제사를 지내는데 큰할머니가 나는 여자라서 절을 하면 안 된다고 하셨던 일 등(아빠가 해도 된다고 함 ㅎ😝)이 생각났다. 그리고 여자가 여자에게 더 가혹한 것을 보며 정말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때는, 그리고 엄마 세대 때만 해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여자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정말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저 그렇게 몇 안 되는 선택 속에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무엇이 부당하고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거겠지.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당시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근데 나는 그 시대에 태어나 든든한 내편이 없어도 깽판 치고 할 말 했을 것 같긴 함. 하하.
 
누구에게는 안 그렇겠냐마는 나에게 엄마는 정말 중요한 존재다. 내가 고민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자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이다. 매일 출근길에 전화 통화를 하는데,  사소하게는 봤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당시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정리가 되기도 하고 엄마가 은연중에 하는 말들이 정말 많이 도움이 된다. 
잠시가 될 줄 알았던 해외 생활이 하염없이 길어지며 가장 힘든 부분은 아마 이렇게나 소중한 엄마(물론 아빠도.)와 보내는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언제고 부모님께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도 하면.... 내 눈물버튼 😭😭😭 항상 그저 건강하시기만을 바란다.

너무너무 먹어보고 싶은 게장이 있어서 대신 부모님께 보내드렸는데 사진을 보내오셨다. 내가 더 흥분. 엄마 아빠가 맛있게 먹어 주어 대리만족. 그래도 이렇게나마 부모님 챙겨드리고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고 정말 좋은 세상이다.
 
퇴근하고 정말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정말 가기 귀찮았는데 온라인을 주문한 거 반품하러 갔다가 한 거지만.... 언젠가부터 오프라인 쇼핑이 품목이 뭐든 너무 귀찮아서 온라인으로 주로 해결하고 있다. 그나저나 올해 봄 옷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너무 많아서... 지갑이 위험함.
 
집에 가는 길에 장을 봤다. 요즘엔 일주일에 한 번 간단히 장을 보는데 그마저도 남편 먹을거리 위주.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목요일이 될 때까지 집에서 밥 한번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남편이 없으면 오히려 스스로를 방치하는 정말 안 좋은 습관이 있다. 


2025.03.14


직장에서의 기억은 삭제….
집에 와서 남편이랑 결혼식에 쓸 노래 고르는데 슈퍼노바 하자고 하는 남편. K팝의 K자도 모르던 남자가 K여자를 만나 결혼식에 틀 노래로 슈퍼노바를 논하다니ㅋㅋㅋㅋ 내 잘못이다.

폭싹 속았수다를 남편이랑 봤는데 이건 울라고 만든 시리즈냐고 안 그래도 잘 울면서 왜 보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외국 시리즈들은 항상 사건 사고가 터지지 이렇게 잔잔바리 인생에 관한 시리즈는 잘 없는 듯.

오랜만에 도미구이를 해 먹었는데 오븐에 넣어놓고 둘 다 깜빡 잠들어서 다 태워 먹은 줄 알았는데 어쩜 기름이 쪽 빠져서 아주 담백하게 잘 구워졌다. 나는 반쪽밖에 안 먹었는데 400그람 넘는 도미 한 개 반 다 먹는 남편👍🏻


2024.03.15


아침부터 비가 계속 보슬보슬 왔다.

아침 볼 일 보고 단골 브런치 집에서 드디어 아침을 먹었다. 맛집이라 자리 잡기가 힘듦.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 둘 다 기절.

저녁은 부부 동반으로 약속이 있어 나갔다 왔다. 생각해 보니 부부 동반이라는 말을 나한테 쓸 날이 있다니..? 부부 동반 부부 동반 자꾸 말하니까 웃기게 들린다.
다이닝 시티로 가보고 싶었던 호텔의 식당에 갔는데 불을 우중충하게 켜놔서 영… 아니 뭔 놈의 호텔이 철통 보안이라 처음에 들어가지도 못해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조용하게 친구들이랑 밥 먹고 이야기 한 건 좋았지만 식당 자체는 조금 실망이었다. 다음엔 더 맛있는 곳 찾아서 가자고 해야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 보니 자정 가까이 되어 집에 가는 길 지나가다 본 뉴거티 맥날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2025.03.16

전날 친구에게 받은 백설기…! 채반에 물 올려 쪘더니 금방 나온 것처럼 포슬포슬 너무 맛있었다😋

참 지난 15일은 혁명기념일이었다. 15일 여기저기서 관련 집회가 있어서 괜히 무서웠다. 정치 집회를 위해 지방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는 날인데, 혹시라도 극우주의자를 마주치면... 외국인인 나를 싫어할 거 같아서😅

전날 소파에서 기절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안 좋은 상체 근육들이 심하게 아파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왔다. 내 등, 어깨 근육들은 피카소 그림처럼 조각조각 뒤틀린 느낌임.

마사지 시원하게 받고 남편이랑 장 보러 다녀왔다. 마트 가는 김에 잔뜩 쌓인 빈병 들고 가서 repont. 이거 얼마 한다고 안 하고 싶지만 안 하기엔 또 아깝고 그렇다.

근데 뭔 놈의 헝가리 마트는 타이밍 안 맞으면 매대가 텅텅 비냐고요. 전쟁 났냐고요. 신랑이 여기 도둑맞은 거 같다고 살게 없다고 울상🤣 진짜 우리 동네만 그러나? 부자 동네는 물건도 더 다양하고 좋다던데 우리가 가난한 동네에 사는 거였나?!🫢 진짜 평소에 비싼 고기나 생선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산다 없어서 못 자. 떼잉.

그 와중에 명이나물은 벌써 나와있음! 찾아보니 명이나물이랑 거의 같은 종에 가까운 다른 식물이라고는 하는데 맛은 똑같다. 한국은 산마늘 여기선 곰마늘. Medve가 곰이라는 뜻인데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곰이 동면에 깨어나 회복할 때 먹는 식물이라 곰마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단군 신화에서 곰이 먹은 마늘도 사실은 명이 나물이 아니었을까. 하여튼 해외 살면 나물류도 생각이 많이 나는데 이렇게 하나라도 익숙한 나물을 현지 마트에 팔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명이 나물은 유럽 곳곳에 나서 따러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일단 마트에서 사는 걸로 만족하기로. 장아찌 하기에 한 팩은 부족하고 일단 한 팩만 사서 전을 해 먹기로 했다.

 

주말 동안 열심히 먹었으니까 저녁엔 운동하러 갔다. 운동하고 남편이랑 같이 요리하고 또다시 기절. 기억이 삭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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