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4
이번 런던의 찐 목적. 친구의 결혼식. 한국에서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결혼식을 엄청 자주 가지만, 유럽에선 정말 가까운 사람만 초대하는 문화라 결혼식 갈 일이 거의 없는데 런던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가 고맙게도 초대를 해주었다.
런던의 한 구청에서 이루어진 결혼식. 스몰이라 더더욱 선택되었다(?)라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선택된 사람들(?)이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결혼식이 저녁 즈음에 끝나 예전에 같이 일했던 스페인 친구를 만났다.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막판에 연락이 되어 한두 시간 만이라도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은 한국에서 신혼여행을 온 친구 부부와 식사를 했다. 첫날밤과 다음날 오전 가이드를 자처했다. 밤에 잠깐이라도 좋아하는 타워 브리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25.03.25
친구 부부를 만나 버로우 마켓 구경을 하고 시내로 넘어갔다. 친구가 납작복숭아 이야길 하길래 3월 말에 무슨 납작 복숭아를 찾냐며 뭐라 했는데 버로우 마켓 들어가자마자 있더라...미안... 역시 돈 있는 도시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시내에서는 내가 예전 내 구역들을 소개하며 기분이 좋았다. 머쓱. 가고 싶던 맛집도 같이 가고 짧지만 좋은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다른 친구와 다시 셀프리지에 가서 같이 일했던 또 다른 친구를 만났다. 그 사이 친구는 5살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고, 그렇게나 오래 못 봤는데 친구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멋졌다. 몇 달 뒤 두바이로 아예 이사 간다고 해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은 특히나 많이들 스쳐 지나가는 곳이지만 (나도 그랬고) 런던에 남아 있는 인연이 거의 없다. 한편으로는 슬프지만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정신없이 나와서 호텔에 가서 짐을 찾고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친구가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같이 가주었다. 영국을 떠난 지 8년, 아직도 이렇게 나 만날 사람이 많고 배웅해 줄 사람까지 있다는 건 정말 복 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런던에서 혼자였던 시간보다 아니었던 시간이 더 많았다.
자극도 많이 받았다. 부다페스트에 와서 이곳의 삶에 만족해 여기서 자리를 잡는 게 목표가 되었고, 그 목표는 거의 이룬 것이나 다름이 없어지면서 뭔가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았는데, 옛 친구들을 만나 어떻게 사는지 듣고, 오랜만에 대도시를 겪으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
안정적이고 평탄한 삶이 갖고 싶었는데 이제 안정적이고 평탄 할만하니 또 너무 심심하게 사나 싶다. 런던 살 때 정말 다양한 사람과 일을 경험하며 다이내믹 했는데.
분명한 건 무척이나 행복한 나흘이었다.(이 글만 봐도 좋다는 이야기 계속함 ㅋㅋ)
2025.03.26
업무 복귀. 고작 이틀 쉬었을 뿐인데 생각보다 바빴다.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초저녁부터 내내 잤다.
2025.03.27
곰도 아니고 11시간을 잤다. 고작 나흘을 런던에서 보내고 왔을 뿐인데 그동안 부다페스트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성큼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내 부추와 깻잎도 싹이 나기 시작했다.
점심을 포기하고 볼 일을 보고 왔는데 거리에 봄이 가득했다. 올해는 좋은 날씨를 더더욱 즐기고 싶다.
2025.03.28
아침부터 좋은 소식이 왔다. 런던에서 알게 된 친구가 결혼식 초대장을 보내왔다.(런던에서 알게 된 친구 왜 이렇게 많아..ㅋㅋㅋ)
무려 프랑스의 한 샤-또(왜인지 이렇게 말해야 할 것만 같다.)에서 장장 3일 간! 한다고. 살다 살다 내가 샤-또에서 하는 결혼식을 가볼 기회가 얼마나 될까. 냉큼 간다고 했다. 올해는 결혼식만 가다가 휴가를 다 쓰지 싶다.
종종 점심을 헝가리 식당에서 먹는데 급식표(?) 보는 재미가 있다. 어느 때보다 헝가리어에 진심임. 헝가리어도 늘고 디저트 참기가 진짜 힘든데 메뉴에 Mákos Guba가 있어서 마코쉬 구버!! 하니까 동료가 포장해 줬다… 굴라쉬 말고도 헝가리 음식 중에 맛난 게 많다.
한 달 만에 크라쿠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화요일까지 런던에 있다가 부다페스트 돌아와서 주말엔 또 크라쿠프. 누가 제 삶 평탄 하다고 했나요...? 취소합니다. 그나저나 버스는 한두 시간만 있어도 이렇게나 지루한데 남편은 이걸 몇 주 연속을 어떻게 하는지. 이게 사랑이구만. 폴란드 도착해서 새벽까지 떠들다가 잤다.
2025.03.29
이거는 양파인가 파인가. 파가 없어서 이걸 사려다가 쪽파 같은 게 보여 쪽파를 샀다. 다음에 오면 파전해 먹을까 봐.
장보고 나와서 우리 방앗간이 된 카페 리스보아. 여기 커피도 맛있고 나타도 진짜 맛있다.
웬 중년 아저씨가 자꾸 날 빤히 쳐다봐서 불편했지만.
신랑이 추천받은 재래시장이 문을 닫은 건 알았지만 구경 가봤다. 여기 헝가리 식재료 파는 곳도 있다고 해서. 근데 둘 다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다 보니 재래시장에서 장보기란 진짜… 난이도 상! 그래도 다음에 또 크라쿠프 가는 주말에 같이 부지런 떨어 가보기로 했다.
이번 크라쿠프 행의 목적 초밥… 다른 건 그저 그래도 시 바스 초밥은 진짜 괜찮은 수미 스시! 가격도 착하다.
2025.03.30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들어차는 햇살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 고작 나흘 갔다 오고 영국인 됐냐고. 햇빛에 집착하는 이 모습… 근데 막상 나오니 흐렸다. 뒷산을 넘어갔는데 웬걸 뒷산에 서양 부추가 잔뜩 나있었다. 뜯고 싶었지만 남편이 도망갈까 봐 참.. 은 건 아니고 우리 집 부추 잘 자라고 있어서 참은 거다.
크라쿠프에서 제일 좋아하는 성 요셉 성당.
성당 근처 카페가 목적이었는데 커피 받자마자 남편이랑 어이 터짐. 이게 코르타도 색임ㅋㅋ 남편은 카푸치노 시켰는데 무슨ㅋㅋㅋ 커피가 눈꼽 만큼 들어간 거 같은 ㅋㅋ색이 그냥 우유색에 가까웠다. 평점이 좋았는데 이게 뭐냐며 말은 못하고 구글 평점 3점을 남기며 다시 안오기로…
몇달간 이야기하던 강변 산책을 했다. 음 노을도 강변도 부다페스트에 비하면 너무 한적하다.
남편이 카페인이 부족하다 해서 다른 카페 왔는데 여기도 쏘쏘. 크라쿠프 커피 물가는 부다페스트보다 비싼데 가끔 얼탱이 없는 커피를 내놓는 곳들이 있다. 그나저나 그냥 인근에 있어 간 카페 였는데 바벨 성도 보이고 전망이 좋았다.
중간에 근처 김밥집에 가서 김밥을 포장했는데 허억 맛있어…! 일단 당근이 통이 아닌거에 합격입니다. 시금치가 없었던 건 아쉽지만 맛은 한국에서 먹는 그 맛이었음. 부다페스트에도 지점 내주세욧.
집에 와서 나는 갈비찜 하고 남편이 한 냄비밥. 왜 잘하냐고 냄비밥 ㅋㅋㅋ 나는 냄비밥을 해본 적이 손에 꼽아서 안절부절 하니까 누가 애시안이냐며 마이 애시안 와이프 캔낫 쿡 라이스라고...😀 에브리 애시안 해즈 라이스 쿠커... 유노?
밥먹고 세브란스보다가 조니까 벌써 집갈 시간됨. 크라쿠프 오면 더 순삭되는 주말. 야간버스 타고 오면 집가서 씻고 바로 출근하는데 사실 이런 날이 더 쌩쌩하다. 이게 사랑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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