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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라이프/부다페스트 일상

주간 일기 : 주소 카드를 받다. 봄이 다가 온 부다페스트.

by _oneday_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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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3.

체류증 나온 지 두 달 반이 되어서야 드디어 제 주소카드가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마지막 주민센터 방문에서 문제가 뭔지 파악하고 행동했는데 긍정적인 결과가 이렇게나 빨리(?) 나오다니!

주민센터에서 받은 메일. 헝>한 구글 번역이라 번역이 이상하지만 ㅋㅋ 주소카드가 발급되었고 우편으로 보낸 다는 소식.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수령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 세상에 내 주소카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괜히 찾아간다고 하거나 하면 문제가 생길까 봐(대체 무슨 문제가 생기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충분히!) 주소카드가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이미 두 달을 넘게 기다렸는데 2-3일이 대수랴. 

하루하루 해가 길어지고 있다. 퇴근 시간에 이런 밝기라니 너무 기분이 좋잖아요. 부랴부랴 집에가서 된장찌개에 양배추 비빔밥 먹고 운동하러 갔다. 저녁엔 남편이 폴란드로 갔다. 4일만 있으면 또 본다.



2025.03.04.

과연 듀오링고는 어학 실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가..? 내가 지금 듀오링고로 헝가리어 365일 돌파했는데 음... 현상 유지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025.03.05.


요즘 날씨도 너무 따뜻하고 좋고, 퇴근할 때 석양이 너무 예뻐서, 정말 집에 바로 가기 싫은 날이었다. 그런데 혹시 주소카드 우편이 왔을 까봐 집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우편함은 비었고, 이미 집에 왔는데 혼자 어딜 가긴 그렇고 바로 불러낼 친구도 없고 그냥 집에서 저녁을 먹고 쉬었다. 이런 날은 정말 주말부부하기가 너무 싫다.



2025.03.06.

집 근처 신상 베이커리 카페를 찾았다. 맛은 특별하지 않지만 일찍 열고 늦게 닫는 게 일단 마음에 들고 친절해서 자주 가려고 한다.



2025.03.07

동료가 키우는 난은 이렇게 매년 예쁜 꽃을 선사하는데 우리 집에 있는 건 왜 말라 죽었을까...
매년 3월 8일이 국제 여성의 날인데, 이탈리아에서도 헝가리에서도 이날은 꽤 중요한 날. 밸런타인데이에 이어 남자들이 꽃을 줄줄이 사간다. 이탈리아에서 국제 여성의 날에는 미모사 꽃을 주는 것이 국룰인데, 여기는 그냥 꽃이면 되는 듯. 올해는 주말이라 사무실에서도 별 이벤트가 없을 줄 알았는데 센스 있는 남자 동료들이 초콜릿을 챙겨 와 여자 직원들에게 돌렸다. 정말 스윗해...! 
올 해는 미모사 꽃이 받고 싶어 남편에게 미리 당부해 놓았는데, 과연.... 어찌 될 것인가.

드디어 주소카드를 받았다!! 퇴근하고 우편함에 주민센터에서 온 우편 찾으러 오라는 종이가 있어서 냉큼ㅎㅎ! 이제 신분증만 받으면 근 10년 동안은 체류 관련 걱정은 안 하고 살아도 된다.

 

원래 내가 폴란드 가려고 했는데 부다페스트에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또 남편이 왔다.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장장 10시간이 걸려 온 남편을 위해 치킨을 시켰는데 새우튀김옷을 입은 치킨이 왔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신기한 맛. 한국 치킨 맛집 추천 좀🥲


2025.03.08

국제 여성의 날이었다. 헝가리에서 이 날은 여자들이 꽃을 받는데 볼 일 보러 간 곳에서 나오는 길에 튤립 한송이를 받았다. 구부정한 튤립을 보며 남편이 이런 볼품없는 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나에게 어울리는 더 좋은 꽃을 사주겠다면서 이 튤립을 냅다 버렸다(!!!) 근데 웃긴 건 다른 볼 일 보느라 꽃집 제때 못 찾아서 결국 꽃 못 산 게 코미디. 이거 블로그에 적은 거 알면 남편이 민망해할 거 같은데... 너무 웃겨서...ㅋㅋ 남겨야지.  미모사꽃은 무슨 이게 현실 부부다.

시티파크에서 약속이 있어 영웅광장을 지났는데 가브리엘 천사상이 없어졌다! 찾아보니 사라진 지 몇 달 됐더라. 120년 만에 복원을 거쳐 곧 돌아오실 예정. 날씨가 너무 좋아 공원에 사람이 정말 많았다.

시티파크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물. 부다페스트에서 좋아하는 건물 중 TOP3에 든다. 몇 년 전에 복원한 것 같은데 헝가리엔 복원만 하면 진짜 예쁠 것 같은 건물들이 수두룩인데 잘 관리가 되지 않은 건물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저녁은 꼭 한번 가고 싶었던 스시세이. 신랑이 초밥 타령을 더 많이하는 요즘… 스시세이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 엄청 기대를 해서 그런가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맛은 있었다. 다음엔 메밀소바를 먹어 보고 싶다.

그리고 식당에서 여성의 날이라고 받은 꽃! 신랑한테는 못 받았지만ㅋㅋ 빈손은 아니었다.


2025.03.09.

집 앞 신상카페에 남편을 데려갔는데 가성비 맛집이라는 걸 알아챘다. 오후에 남편 운동 간 동안 한참을 미뤄왔던 죽은 화분 치우기를 해치우고 날씨가 좋아 내친김에 깻잎과 부추를 새로 파종도 했다. 이번엔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만. 저 부추는 저래 보이지만 놀랍게도 내 보살핌 아래 겨울을 이겨내었다. (내 밑에서 식물이 이렇게 오래 살아남은 건 거의 기적임.) 화분이 과습이 되는 거 같아 죽을 줄 알았는데 살아남은 대견한 부추를 위해 분갈이도 해주었다.

 

저녁은 얼렁뚱땅 갈비찜을 해 먹고 넷플릭스를 본 게 다 같은데 정신 차리니 자고 있었다. 이제 와서 깨달은 건데 원래 잠에 쉽게 드는 편인데도 남편이 와 있는 날엔 어쩌다 내가 잠에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잠에 들고 오래 많이 잔다. 자다 깨서 꿈 이야기 하면 남편은 꿈이야기를 무슨 진짜 일어난 일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냐고 놀라며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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