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6
새해 첫 출근. 직장에서 크게 바뀐 건 없지만 주말부부가 다시 시작됐다. 한 달이나 붙어 있다가 다시 주말 부부를 하려니 현실 감각이 없어졌다. 트램역까지만 가기로 했다가 얼떨결에 같이 트램 탔는데 내릴 역을 놓쳐서 부랴부랴 걸어가는 남편 뒷모습. 아직은 집에 가면 남편이 있을 것 만 같다.
2025.01.07
너무 따뜻하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이래저래 일도 개인 적인 일도 너무 할게 많고 바쁘다. 저녁엔 갑자기 비가 오고 너무 추웠다. 겨울은 겨울이다.
어깨가 또 굳어와서 오랜만에 마사지를 받았는데 마사지를 받고 나니 등 상부에 담이 걸렸다… 돈 주고 병 얻기….
2025.01.08
전날 담을 막아보려고 근육 이완제를 먹고 잤지만 낫긴 커녕 심해져서 아침부터 낑낑거렸다. 아파 본 사람만 안다 등 상부가 얼마나 중요한지ㅠㅠ 혼자 침대에 눕고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아 남편이 유독 보고 싶었다.
준비하는데 오래 걸릴 것 같아 빨리 눈이 떠진 김에 나와서 커피 한잔. 새로 나온 피스타치오 벨벳 라떼였는데 달아서 반이나 남겨버렸다. 출근 전에 헝가리 범죄경력회보서를 찾으러 우체국에 갔다. 인증만 해결되면 온라인으로 바로! 무제한! 발급이 되는 한국과 달리 온라인 신청하면 일주일 뒤에 우편으로 오는 시스템인데 집에 없으면(사실 있어도) 우체국으로 또 찾아가야 하는 엄청난 시간, 인력 낭비 시스템이다. 보면 한국처럼 디지털화된 나라가 없음.
퇴근 후에는 오랜만에 PT를 받았다. 쌤이 새해 목표를 묻길래 I want you to burn me!라고 했더니 서명까지 받았다. 진짜 올해는 체지방 좀 줄여보자.
라고하고 집에 가서 마지막 소면 먹음.... 난 틀렸어.
2025.01.09
왜인지 아침부터 다 짜증이 났다...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냥 자잘한 일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신경질이 났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챗지피티랑 제미나이한테 화풀이를 했다. (남편은 Gemini를 쓰라고 하지만 ChatGPT가 이미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 조금 진정이 된 후 남편에게 오늘 매우 감정적이고 예민하다, 다 박살 내고 싶다고 했더니 귀엽다고 하는... 왜인지 기분이 나아졌다.😇
저녁엔 친구를 만나 1차 오코노미야끼 2차는 한식으로 먹었다. 안그래도 요즘 보쌈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한방 수육 너무 맛있더라... 쌈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충족이 됐다.
2025.01.10
새해 결심으로 끼워 넣어보는 금요일 아침 운동. 6시에 PT쌤과 함께 하기로 했다. 비몽사몽 정신은 없었지만 광배가 잘 먹어서 뿌듯했다. 운동하고 씻고 커피 한잔 사서 출근.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하자마자 택시 타고 버스 타러 갔다.
폴란드 가는 날은 꼭 버거킹. 버스 정류장 주변에 먹을 게 버거킹 밖에 없다… 내가 이래서 다이어트를 못해(?)
중간에 버스가 한참을 서 있었는데 영문을 몰랐다. 그렇게 도착이 한 시간이나 늦어져서 크라쿠프에 도착하니 1시… 마중 나온 남편과 반가운 재회를 했다. 크라쿠프는 부다페스트보다 훨씬 추웠다.
2025.01.11
전날 저녁부터 이 집 에그타르트가 땡겨서 먹으러 다녀왔다. 크라쿠프 카페 리스보아, 에그타르트 맛집인데 커피도 맛있다. 엄청 인기 있어서 너무 늦게 가면 못 먹을 수 있음. 앉은자리에서 한 열개는 먹을 거 같은데 살찔 까봐 못 먹을 뿐… 남편이랑 1.5개씩 나눠 먹었다. ㅠㅠ 다이어트는 머릿속에서 지웠구나.
눈이 엄청 오기 시작했다. 바람도 엄청 불어서 눈이 거의 옆으로 내림.
아보카도가 먹고 싶어서 2차는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었다. 보통 내가 남편에게 맞추는데 남편은 자꾸 내가 먹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 난 그냥 맞추는 게 더 편한데 4년 째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도 내기 원하는 걸 말해달라고 해줘서 고맙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한인마트에 갔다 ㅋㅋ 아니 폴란드인이 말아주는 김밥 왜 이렇게 맛있어 보이냐고. 여차하면 퇴사하고 크라쿠프 한인 식당에서라도 일해야지 했는데 이미 현지화가 되어서 틀렸다... 근데 여긴 너무 협소해서 음식은 맛있어 보여도 앉아서 먹고 싶지가 않다. 간장과 참기름을 샀다. 한 달에 한두 번만 와도 심적으로 이 정도는 갖춰놔야 할 거 같아서….
도시에 눈 오는 풍경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눈은 좋았지만 너무 너무 추웠다. 바람도 칼바람이라 올 겨울 중 가장 추운 느낌이었다. 부다페스트로 돌아가고 싶었다….
남편은 운동하러 가고 처음으로 크라쿠프에 혼자 남겨 졌다! 갤러리아에 가서 정말 오랜만에 혼자 쇼핑을 했다. 크라쿠프는 항상 남편 따라다니다 보니 벌써 대여섯 번째 와도 지리랑 교통이 안 익숙해진다. 틈틈이 혼자 자주 다녀야 하나.
세포라 갔다가 본 한국 화장품들. 더글라스에도 있고 요새는 진짜 한국 제품 찾기가 어렵지 않다. 나 저거 다 바리바리 싸왔는데 한국에서...(물론 가격은 한국이 더 싸지만.)
카르푸 갔는데 더 놀람. 아시아 음식 섹션이 엄청 크고 삼각김밥에(정체는 알 수 없지만) 고추장, 불닭소스, 김, 우동사리, 통조림 김치, 각종 불닭볶음면, 돼지갈비 소스 등등 한국 제품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개중에 정체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현지마트에서 이 정도면… 폴란드 사람들이 확실히 아시아 음식에 많이 열려있는 것 같았다. 불닭볶음면 박스로 쌓아놓고 파는 거 보소...
1년에 한 두번씩 부다페스트 한복판에 있는 현지 마트를 갔는데 한국 식품이 한국 대형 마트처럼 잔~뜩인 꿈 (런던의 뉴몰든에 있는 한인 마트 같은..) 을 꾸곤 하는데 그 꿈이 생각났다. 한국문화 힘내!
파스타도 부다페스트보다 이탈리아 산 파스타가 종류가 다양해서 너무 사고 싶었다. 이탈리아에 살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이탈리아를 떠나고서야 파스타를 수집하는(?) 버릇이 생겼다. 카르푸에 배추랑 단무지 무도 팔고 한식당은 시원찮지만 크라쿠프에서 살 수 있을지도…?라고 생각했다가 눈보라에 18분 텀으로 오는 트램 시스템을 보며 생각을 고쳐 먹었다. 18분을 기다렸다간 둘 다 눈사람이 될 것 같아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2025.01.12
간밤에 눈이 엄청 왔다.
남편 자는 동안 혼자 카페에 갔다왔는데 커피 비주얼이 형편없었다.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려다가 맛은 괜찮아 그냥 마셨다. 근데 다른 사람들 커피는 잘만 만들더구먼… 추운데 스콘도 팔길래 기대하고 간 곳인데 스콘도 없고 실망이었다.
남편 집으로 돌아가 새로 찾은 시리즈를 같이 보다가 식량이 동이나서 나왔다. 주말 내내 눈이 계속 왔던 크라쿠프. 남편이 가고 싶다고 한 식당 근처의 교회. 마치 디즈니 성 같다. 추워서 가까이 가서 보자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저녁은 일식집에 갔는데 한국식 갈비 요리가 한국인한테 평이 좋길래 시켜 봤는데 맛있었다! 감튀 필요하냐고 해서 갈비에 웬 감튀…라고 생각하며 안 시켰는데 밥이 당겼다 밥이… 한국에서 이런 등갈비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또 이걸 일식이라고 하기엔 한국적인 맛. 초밥집인데 초밥은 유럽 초밥이고 저 등갈비 때문에 다시 가고 싶다. 그나저나 남편은 자꾸 연어 초밥이 최고라는데 빨리 한국 데려가서 초밥 제대로 먹이고 싶다…. 한국 휴가 마지막 날에 겨우 남편이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걸 안게 한이다.
저녁을 먹으며 칵테일 한잔 했는데 이대로 들어가긴 아쉬워 속성으로 근처 바에 가서 한잔 더 했다.
요즘 개인적인 부분으로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성격상 없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지만....ㅎㅎ) 입은 닫고 조용히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입은 가만히 있지를 않고 행동은 굼떠서 남편한테 미안할 따름이다.
얼른 한잔하고 집에 가서 잠들었더니 금세 부다페스트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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