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30
너무 바빴다. 연말이라 일이 많은 건 아닌데 백업 업무가 많았다. 오후에 공항까지 다녀오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부리나케 일들을 처리하는데 아무래도 결막 결석이 다시 도진 것 같았다. 오른쪽 눈에 이물감이 점점 심해지고 하루종일 컴퓨터를 보니 확실히 불편했다. 퇴근 직전에 30분 남겨 두고 남편한테 말하고 아무래도 안과를 가야 할 것 같아서 오전에 사 병원 예약 문의를 했는데 답이 없다고 말했더니 남편이 난리가 났다. 당장 안과에 가야 한다고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집 근처 종합 병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접수를 시도 했지만 실패하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급하면 응급실 가라고 했지만 여기서 응급실은 정말 응급일 때 가는 것. 즉시 응급 수술이 필요한... 그런 것 말이다.
2024.12.31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갔던 병원에 갔더니 다른 소리를 한다. 공공 종합병원이었는데 예약 없이는 안된다고. (그럴 줄 알았다.) 다른 해당 지역구 병원을 알려주어 속는 셈 치고 한번 가봤다. 유럽은 워낙 느린 공공 병원 시스템으로 유명하니 사 병원도 며칠 뒤로 예약해놓았는데 웬걸, 바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눈에서 결석 꺼내는 시술을 했는데 결석이 더 많았던 걸까, 한국보다 훨씬 거칠었던 걸까, 더 오래 걸리고 피가 훨씬 더 많이 난 듯... 피눈물 줄줄... 한국에서는 결석 제거하고 바로 가라고 하는데 여기선 눕혀 놓기도 하고 안정 취하고 외출도 삼가라며 눈을 봉인해줬다.
그렇게 난 새해를 한쪽 눈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대신 남편이랑 라구소스도 잔뜩 만들고 CNN에서 전 세계의 불꽃놀이를 봤다. 부다페스트는 공식적인 불꽃놀이는 없지만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하는데, 이것도 꽤 진심이라 볼만하다. 집 앞에 작은 공원이 있어 엄청 큰 불꽃놀이를 직관할 수 있었다. 집 앞 뒤로 쫓아다니며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남편을 구경하는 나....
거의 동이 트도록 둘이서 보드게임을 하고 잠에 들었다.
2025.01.01
또 새해라니. 벌써 헝가리에서 맞이하는 다섯 번째 새해다. 전날, 사실상 1월 1일 5-6시까지 보드게임을 하는 바람에... 늦잠을 잤다. 새해 첫날 하는 대로 1년을 보낸 다는데 뭐... 이렇게 게으르게 살 수 있는 삶이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그래도 점심쯤엔 일어나 떡국을 끓였다. 남은 소고기로 떡갈비를 하는 게 매년 루틴인데, 계량을 잘못해서 소스를 두배로 넣어 버렸다 하하. 오래간만에 멸치 육수도 코인 말고 진짜 멸치랑 표고버섯으로 푹 끓여냈다. 떡국은 맛있었지만 엄마 떡국이 너무 먹고 싶었다.
2025.01.02
헝가리에 살며 헝가리인과 결혼해 한국 회사에서 일하기는 어렵다. 남편 입장에서 한국 회사는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인데, 따지고 보면 나조차도 머리로 이해는 안 되는 걸 남편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 참 난감할 노릇이다.
남편과 또 팬케익을 해 먹고 오랜만에 멋진 석양을 봤다. 20년 가을에 헝가리에 와서 5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데 이 집의 장점은 뷰. 유럽 특유의 파랗고 맑은 하늘과 아름 다운 석양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새 해에는 이 집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성인이 되고 이렇게 오래 산 집이 없어서 정이 많이 붙었는데 벌써 슬프다. 그나저나 짐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2025.01.03
새해라서 그런 건 아니고(?) 헝가리어 학원을 다닐까 고민 중. 그런데 헝가리어 학원까지 다니게 되면 주중 저녁이 정말 꽉 차버려서 얼마 안 가 지치지 않을까 싶다. 소홀했던 운동부터 먼저 다시 루틴을 잡고 헝가리어 수업 듣는 걸 생각해봐야겠다. 일단은 듀오링고 매일 하는 거에 의의를... 그런 의미에서 남편과 운동을 갔다.
2025.01.04
아주 드물게 부지런한 토요일이었다. 오전에 가서 왈츠 배우고 이케아에 갈일이 있어서 간 김에 쇼룸 구경을 했다. 대단한 취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둘 다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그게 얼추 맞아서 너무 재밌었다. 부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부부잖아 ><
오후엔 따로 일이 있어 남편이랑 따로 움직였는데 남편이랑 헤어지자마자 웬 남자가 길 알려 줄 수 있냐는 거다. 국회의사당 근처라서 관광객인가 싶어 어디 가냐고 물으니 "TO YOUR HEART."................... 실화냐................ 이걸 진짜 하는 사람이 있네... 결혼했다고 하니까 축하한다고 가긴 했는데... 진짜 별일이 다 있다.
사무실 들렀다가 중국마트 들렀다가 집에 왔더니 해가 졌다. 웬일로 너무 알찬 토요일이었다.
피팅하면서 거울을 볼 때면 역시 지방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집에 와서 마라샹궈를 해 먹었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ㅠㅠㅠㅠ 가는 마트마다 하이디라오 샹궈 소스가 없어서 슬프지만 만약 있으면 너무 자주 먹을 거 같아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밤에 남편이랑 보드게임을 한 번 더했는데 정말 크게 져서 다음 크리스마스까지는 쳐다도 안 볼 거임.
2024.12.05
밤늦게까지 노느라 늦잠을 잤다. 브런치 약속이 있어서 갔는데 너무 재밌었다. 외국에서 3n 년 살고 마음 맞는 친구 찾기 쉽지 않은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했다. 귀한 인연을 잘 이어 가고 싶다.
남편이 6일이면 폴란드로 돌아가 다시 주말부부 시작이다. 한 달이 어찌나 빠르게 갔는지도 모르겠고 아쉽기도 하고 당장 다음 날 밤부터는 평일을 혼자 보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우리 집 붙박이 같던 내 남편 돌려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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