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올해 헝가리는 24일부터 27일까지 연휴가 길다. 회사의 많은 헝가리 동료들이 23일, 30-31일 또는 그 이상 휴가를 냈다. 누군가는 사무실을 지켜야 하기에 지금까지는 외국인인 내가 자처해서 사무실을 지켰는데, 이제는 나도 가족이 생겨서 너무 휴가를 쓰고 싶었지만 휴가가 없었다.
저녁엔 남편과 함께 친구 사귀기(?)를 도전했다. 블로그 친구 분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성인이 되고 친구를 사귀는 건 마치 소개팅 같다. 다행히 이번 소개팅은 성공으로 앞으로도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4.12.24
시댁에 내려왔다. 저녁에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을 했는데, 준비할 때는 부담되지만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걸 보면 또 기분이 좋다. 상품권으로 때울 생각만 하지 말고 시댁 식구들과 좀 더 친해져서 좋아하는 것들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은 늘 그렇듯 남편 큰아버지댁에서 보냈다. 큰 어머니 요리 솜씨가 좋으셔서 이번에도 과식을 하고 말았다. 식사 후에는 이야기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나중엔 헝가리어가 전부 외계어로 들렸다. 초반에도 다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이놈의 헝가리어 어떻게 늘리나 싶지만 따로 공부도 안 하면서 늘기를 바라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크리스마스는 한국 명절도 아닌데 이런 가족 모임에 오게 되면 괜스레 한국에 있는 가족이 그립다. 그래도 남편 덕에 먼 타국에서 명절 기분도 내고 이 긴 연휴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한다.
하지만 결국 멍 때리기+끄덕거리기가 힘들어져 9살 고양이 츄츄 곁으로 갔다. 계속 자고 있어서 놀지는 못했지만 같이 잤다… 나도 잠자기라면 한 가닥 하는데 고양이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한이다. 핸드폰 보고 있으면 가끔 깨서 자기 봐달라는 건지 건드리기도 하고 너무 귀여웠다. 원래 세운 계획대로라면 새 해에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주말부부를 하면서 잠정 연기되었다.
2024.12.25
크리스마스 당일! 잠을 늘어지게 자고 내려가서 식사 준비를 도왔다. 이미 거의 다 되어 있어서 테이블 세팅만 하면 됐지만… 시할머니를 모시고 크리스마스 점심 식사를 했다. 시할머니는 100세에 가까운 나이신데 노쇠하셨을 뿐 크게 아픈 곳이 없으시다. 뵐 때마다 나보다 세배나 넘는 세월을 사셨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저녁엔 가족들과 함께 퍼즐과 보드게임을 했다. 아가씨가 시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퍼즐! 작년에 시아버지가 동료에게 퍼즐을 선물 받아 다 같이 한 추억이 있어서 퍼즐이 등장했을 때 너무 웃겼다. 그리고 나랑 아가씨가 더 신나서 퍼즐 맞춤... 남편은 유일하게 퍼즐을 안 좋아해서 계속 보드게임을 하자더니 결국 남편이 이기면서 해피 엔딩이 되었던 크리스마스 날 밤. 다음에는 꼭 윷놀이 가져와야지.
2024.12.26
원래 부다페스트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남편 친구들 약속이 생겨서 하루 더 있게 됐다. 온갖 명절 음식은 대부분 고칼로리라 남편이 아침으로 스크램블 에그를 해줬는데 흰 빵을 곁들여 먹었다. 평소에 집에 빵이 있는 날이 없으니 이런 날 슬라이스 하나 정도야… 저 빵은 컬라치라고 하는 헝가리 빵인데 한국 우유 식빵 맛이 나서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살찔까 봐 사 먹진 않는다.
오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했다. 남편은 보드게임이 얼마나 많은 지 본가 옷장에 옷은 없고 보드게임만 있다.
늦은 점심으로 내가 선보인 떡볶이와 만두! 전부 냉동을 데운 데다 모양새는 허술했지만 모두 좋아해 줬다. 만두를 한 팩 다하면 많을 줄 알았는데 떡볶이보다 인기가 많았던 만두. 떡볶이는 3인분 밖에 안되어서 어묵도 더 넣었는데 역시 여자들만 좋아했다.
틈틈이 해서 완성한 퍼즐! 작년에는 혼자 일찍 올라가느냐 완성을 못했는데 이번엔 다 같이 완성해서 뿌듯했다.
남편 어릴 적 사진도 봤는데 진짜… 깨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아가씨 앞이라 최대한 참았다. 옛날 사진들을 보며 남편 어릴 때 이야기나 가족 이야기를 들었는데 남편에 대해 더 알게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정말 완벽한 타이밍에 서로를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순전히 남편 덕후의 입장에서 좀 더 입덕을 빨리 했더라면 좋았겠다..... 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저녁엔 남편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떡볶이에 피자에 바깥 음식 잔뜩 먹은 날. 럼이 들어간 핫초코를 시켰는데 너무 술맛만 강해서 별로였다. 멀드 와인은 맛있어서 잔뜩 마심. 남편은 피자가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나는 금방 구워 나워서 먹을 만한 거지 재료가 신선하지 않고 모차렐라가 프레시가 아니라 싸구려잖아, 라며 불평을 했다. 이탈리아에 고작 2년 살았을 뿐인데 그 이후에 적어도 이탈리아 음식에 한 해서 평가가 까다루워 진 게 스스로 너무 웃기다. 진짜 이탈리아 애들이 하는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다니.
2024.12.27
느지막이 일어나 부다페스트로 돌아왔다. 시댁에서도 먹고 놀고 자고 너무 편하게 있었지만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갈수록 부다페스트 집이 '집'이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CNN을 틀면 한국 뉴스가 나오는 우리는 2024년도에 살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 오징어 게임 2를 봤다. 이래저래 평가가 엇갈리고 우리가 봐도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게 구성이 탄탄한 시리즈는 정말 드물지 않나. 여하튼 시즌 1보다 더 잔인해서 가끔 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우리는 꽤 재밌게 봤다.
2024.12.28
개인 볼 일을 보고 남편을 만나 브런치를 먹고 장보고 집에 왔다. 하반기는 남편 이직도 있고 다 적진 못하지만 이런저런 것들을 알아보고 처리하느라 엄청 빨리 지나가고 있다. 진짜 연말 분위기를 느낄 새가 없었다.
2024.12.29
전남 무안 항공기 사고에 무섭고 마음이 무거웠다.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안 났으면 좋겠다….
남편 등쌀에 못 이겨 오후에 운동을 다녀왔다가 저녁엔 한국에서 여행 온 친구를 만났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벌써 6년은 된 거 같은데 세월이 참 빠르다. 친구가 됐던 그 시점과 그 이후 한 동안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는데 각자의 삶을 살면서 그때처럼 친하게 지내기엔 둘 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각자 잘 살아서 그런 거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콜라주의 관자 요리는 지난 번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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