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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라이프/부다페스트 일상

주간 일기 : 열심히 먹고 국경을 넘나 다니는 삶

by _oneday_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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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1

 
한국에서 가져온 찜닭 소스로 찜닭을 했는데 왜인지 기성품 맛이 안 났다.
예전에 다담에서 나온 찜닭 소스로 찜닭을 아주 맛있게 먹고 위염이 심하게 나서 다른 브랜드 것을 사 왔는데 물을 레시피 보다 많이 넣은 게 문제였나... 간장을 좀 더 넣고 미원을 넣었는데도 맛이 성에 안 찼다.
다행히 매운맛은 많이 약해져서 남편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는 바람에 잔반은 안 남았지만...

꽃분모자랑 뉴진면을 넣었는데 쫄깃쫄깃 맛있었지만 너무 많이 넣어서 후회했다.

이 날은 폴란드가 공휴일이라 남편이 월요일 밤까지 있었다.
출근할 때 자고 있고 퇴근해도 변함없이 자고 있는(??.. 백수 아님) 남편을 보며 예전처럼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고작 하루 더 있다 갔을 뿐인데 일수로 따지면 4일이라 이런 거면 또 주말부부 할만한 거 같고 그렇다.


 
2024.11.12
 
추워도 너무 춥다.
0도를 웃도는 부다페스트 날씨에 히트텍을 꺼내 입었다.

저녁엔 곧 한국으로 돌아 가는 지인이 있어서 마지막으로 식사를 했다.
헝가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만갈리차 돼지고기를 2년을 살며 안 먹어 봤다고 해서 만만한 멘자로 갔다.
만갈리차 요리에, 오리 간 요리, 레초까지 아주 헝가리스러운 식사였다.
 
잘 알려진 헝가리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현지인 맛집 찾지 말고 그냥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을 가면 된다.
입맛에도 맞고 서버들도 알아서 음식을 중앙에 두고 앞접시를 준다.
역시 한국인이 맛잘알!
 
집 떠나 해외에 산다는 게 원래 쉽지 않은 일이지만 헝가리처럼 비영어권이면 조금 더 난도가 높은 가보다.
나는 남고 사람들이 자꾸 떠나가는 게 가끔 씁쓸하다.
 
요즘엔 사실 딱히 해외에 있어야 하는 강한 이유가 없다면 가족 곁에서 지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24.11.13

 
오랜만에 두부를 사서 된장찌개를 끓였다. (아니 먹는 것 밖에 사진이 없네.)
한국에서 가져온 무를 송송 썰어 생채하고 비빔밥에 반찬은 훈제오리와 오징어 젓갈(1년 전에 가져온...). 
오징어 젓갈 질려서 이번엔 안 가져왔는데 가져올 걸 후회했다.


2024.11.14

동료가 런던 여행을 갔다 오며 사 온 선물!
해롯 백화점의 달콤한 밀크 초콜릿과 펜.
내가 더 신이 나서 동료에게 여행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유럽에 살면서 1년에 한 번은 영국/런던을 갈 수 있겠지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다녀온 게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올여름 즈음에 영국병이 도져서 가려고 했는데 또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가고. 내년엔 짧게 라도 꼭 다녀와야지.
 


2024.11.15

퇴근하고 크라쿠프로 넘어갔다.
웬일로 버스가 텅텅 비어서 편하게 누워갈 수 있었다.

가는 길이 특별히 힘들지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남편 집에 가자 눈물이 났다.
머리로는 왜 우리가 주말 부부를 하는지 알겠는데 자꾸 짜증이 났다.

대화하고 진정하고 뭐라도 먹으라는 남편의 부추김에 부라타와 토마토를 먹었다.
그랬더니 또 입맛이 돌아 후식으로 쌀새우깡을 먹었다. 남편이 안 좋아해서 다 내 거 개이득.


2024.11.16

전날 새벽까지 버티다가 너무 늦어서 라이브로 못 본 마이크 타이슨 경기를 봤다.
세월 앞에 장사 없구나. 씁쓸했다.

크라쿠프 시내 나가는데 열기구를 봤다.

크리스마스 준비 중인 크라쿠프 시내!
다음에 올 땐 크리스마스 마켓 볼 생각에 설레었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남편이 맑은 하늘을 보는 게 거의 열흘 만이라며 운이 좋다고 했다.

크라쿠프에 남편은 어느새 감흥이 없어졌지만 나는 아직도 여행객 모드.
영국에서 잠시 아르바이트했던 카페 네로가 폴란드에 들어와 있어서 참 반가웠다. 근데 앞에 그린은 왜 붙지.

카페 네로도 가보고 싶었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카페 리스보아, 에그 타르트 집.
크라쿠프에 잠시 살았던 동료의 추천이었다.

맛이야 말해 뭐 해.
너무 맛있었다.
남편은 커피도 맛있다며 아주 만족해했다.

얼마나 보관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몇 개 포장해갈까 싶었는데 고민하는 사이 매진…
도착했을 때부터 손님이 끊이질 않았고 매진되자 사람이 쭉 빠지고 sold out을 보고 슬프게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가 3시쯤이고 6시까지 영업이었는데 더 만들 생각을 안 하는 게 신기했다.
유럽애들은 가끔 보면 돈 벌 기회도 차 버리는 거 같다.
여하튼 우린 먹었으니 운이 좋았다.

근처에 있는 한인마트 구경을 갔는 데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지만 남편이 여긴 분식 밖에 없다며.
에브리띵 분식~!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거의 맞았다.
냉장 냉동 코너도 다 분식류나 간단하게 해먹기 좋은...? 그런 것들 위주.
내 기준 재료나 냉장 냉동 코너가 부실했다.

다음 코스는 한식당 치킨집이었다.
내가 계획한 데이트(?) 동선.
에그 타르트-한인마트-한식당 어떠냐~!

항상 그렇듯 남편은 간장치킨 나는 양념 치킨을 먹었다.
양이 적어 보이지만 한 끼로는 충분하고 음료까지 해서 70 즈워티, 2만 3천 원이었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여기도 컵밥이나 치킨 같은 것만 팔았다.
크라쿠프는 어찌 된 게 한식당이 전부 비빔밥, 치킨, 김밥, 분식류만 파는 건지.
손님이 한국인보다 비 한국인이 많아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 위주인 것 같은데 한식의 인기는 너무 기분 좋지만 다시 한번 여기 살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다페스트에서도 한식당을 거의 안가는데 이상하게 크라쿠프만 가면 한식이 너무 먹고 싶다.

아마 가고 싶어도 갈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음.
자주 가진 않아도 남편 집에도 한식 재료를 구비해놔야 하나 고민하며 마음속으로 잠시 부다페스트의 한식당들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쇼핑센터 가는 길, 너무 예쁜 크라쿠프 구시가.

갤러리아 쇼핑몰, 처음이라 여기저기 엄청 걸었다.
꽤 크고 사람이 많아 지쳐서 돌아왔다.

남편이랑 칵테일 바 가는 걸 좋아하는데 크라쿠프에서는 아직 한 번밖에 못 갔다.

매번 내가 올 때마다 이번엔 칵테일 바 가자~하고서 꼭 초저녁에 지쳐 들어와 잠시만 쉬고 나가자 하고 영원히 못 나간다.
이번에도 역시나 집에서 케밥 시켜 먹음.
우리 이제 그렇게 안 어려... 몸이 안 따라 준다 몸이…


2024.11.17

밥 먹으러 가는 길, 처음 보는 교회가 마치 성처럼 예뻤다. 바벨성도 지났다.

여긴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다.

어제 지나가다 본 브런치 집에 갔는데 분위기는 좋았지만 맛은 평범. 티를 시켰는데 요란하게도 나왔다.
어쩐지 7천 원이더라. 그냥 티백만 주고 4천 원만 받지.

그러고 또 카페를 갔다.
추억 속 카페 네로가 어른 거려 갔는데 실망이었다.

남편 자취방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크라쿠프집? 주말집? 남편 자취방? 남편 집?

여하튼 집에 와서 뭘 보고 싶어도 요새 볼 게 없다.

넷플릭스 좀 보고 저녁 먹고 같이 시간 보내니 벌써 갈 시간이 왔다.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어이가 없네.

이번 플릭스 버스는 야간 버스인데도 거의 빈자리 없이 꽉 차서 너무 힘들었다...

주말부부 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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