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해외에서 생활하려면 필연적으로 비자 문제가 따라온다.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여권 파워가 강력해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고, 국가에 따라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 머물려면 체류 목적에 맞는 비자나 체류증이 필수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헝가리 내 취업 비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ICT 비자는 제외).
다만 헝가리는 최근까지 다른 서유럽 국가에 비해 비교적 취업 비자 발급이 수월한 편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헝가리에서 취업 허가를 받아 일해왔지만,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 취업 허가를 쉽게 내주는 나라는 없다. 내가 경험했던 영국 등 서유럽 국가에서는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성이 없으면 비자 스폰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회사가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비자 비용과 시간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만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영국에서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해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경험 탓에 해외 생활에서 비자는 1순위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조차 비자 문제가 먼저 떠올랐다. 예를 들어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면서도 "(미국인인)에밀리 비자는 어떻게 한거지?" 하는 현실적인 의문을 품었다. 해외 장기 체류자들을 볼 때마다 묻지는 않아도 어떤 비자를 가지고 있을까 항상 궁금했다. 현실 속 비자는 냉정하고 잔인한 존재였다.
헝가리에서 처음 취업했을 때 가장 놀란 점은 회사가 적극적으로 취업 비자를 지원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서유럽에서는 비자 얘기만 꺼내도 면접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개인의 능력이 월등하지 않는 한 비자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했다. 반면 헝가리에서는 회사에서 취업 비자를 내주었을 뿐 만 아니라 기본 서류만 준비하면 회사가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비자를 처리해줬다. 그러나 과거 서유럽에서 겪었던 부정적 경험 탓에 나는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았다.
비자 문제는 단순히 체류의 문제를 넘어 커리어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회사의 지원 없이 취업이 가능한 비자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어떤 경우에서도 불리하진 않을 것이다. 취업 사실에 의거해 받은 체류증의 뒷면에는 회사명이 명시되어 있다. 그것은 만약 실직한다면 출국해야 한다는 뜻이며, 이직 과정에서도 체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체류증이 제때 나오지 않으면 해외여행은 물론, 유사 시 한국 방문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나는 헝가리에 도착하자마자 영주권 취득 조건을 알아봤고, 현재는 영주권을 취득하여 회사 이름이 없는 체류증을 갖게 됐다.
이런 나와 달리 헝가리에서는 비자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가 취업 비자를 처리해 준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헝가리 이민법이 강화되면서 개인이 체류 조건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2024년 초 헝가리는 이민법을 개정하여 취업 비자 조건을 크게 강화했다. 기존에는 일반 취업 비자는 물론 영주권 취득도 비교적 쉬웠으나, 이제는 취업 관련 비자가 학위와 직무의 관련성을 요구하는 블루 카드(이후 영주권 신청 요건 됨)와 최대 3년만 체류 가능한 일반 취업 비자(영주권 신청 불가)로 구분됐다.(ICT도 있으나 이건 주재원 대상이라 논외임.) 기존 취업자도 새로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후 영주권 신청 자격이 안되며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는 이상 헝가리에서 더 이상 일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나도 헝가리가 취업 비자의 문을 이렇게 까지 좁힐 줄은 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특히 한국인에게도 얄짤 없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개정 적용 전 영주권을 취득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다른 요소는 예측하지도 못했고 영주권 취득 요건에 추가된 헝가리어로 된 문화 시험 치기가 싫어서 진행한 건데 안 했으면 전공-직무 불일치로 영주권 취득을 위해 공 든 탑이 무너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깨달은 것은 결국 본인의 체류 문제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 발생 시 회사는 체류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의무가 없으며, 그 피해는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한번 출입국 기록에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다른 국가 방문이나 비자 발급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따라서 해외 장기 체류를 고려한다면 비자 문제만큼은 철저히 준비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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