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헝가리어 학원 율리시스 후기

2025.01.16 - [헝가리 라이프] - 헝가리에서 헝가리어를 배워보자(학습 동기/어학원 정보)

헝가리에서 헝가리어를 배워보자(학습 동기/어학원 정보)

 
이 글을 쓴 지 3개월이 지나서야 헝가리어 강좌 등록을 했다. 그동안 헝가리어를 계속 배워야 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어서 좀 늑장을 부렸다. 최근 헝가리어가 꼭 필요한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헝가리어를 고급으로 해도 어려울 일들이어서 배우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도 안하는 것보단 나을 거 같단 생각이 한편에 있던 차에(Better than nothing! -아무래도 내 좌우명인 듯.) 율리시스에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저녁 수업을 발견했다. 주 2회 수업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 내 스케줄에 주 2회를 가면 평일 저녁이 아예 없어져서 등록을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에 주 1회 수업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바로 문의를 하고 레벨 테스트를 했는데 내 실력이 해당 수업 수준에 못미친다는 말에 엄청 충격을 받았다. 턱걸이로 A2 시험을 겨우 통과했으니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트라이얼이라도 가보기로 했다. 확실히 수업은 내 실력보다 꽤 어려운 편이었지만, 예복습 꾸준히 하면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등록을 했다.
 
10주 코스 2주만 남겨둔 지금, 수업은 너무 만족스럽다. 일단 내 실력은 어딘가 엉성한 A2와 B1사이고, 수업은 완전 B1. A2까지 배웠던 문법이나 표현을 잘 알고 있어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과외받을 때 더 깊게 꼼꼼히 공부하지 않고 흘렸던 부분들이 너무 후회되지만 가물가물하게라도 기억이 날 땐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업은 거의 80-90프로 헝가리어로 진행되고 수강생들도 8-90프로는 헝가리어로 헝가리어를 유창하게는 아니라도 천천히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수강생은 나 포함 6명인데 보통 고정 멤버로 가고 가~끔씩 빠지거나 추가되는 듯.
 
아무래도 수강생들이 A2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고 평일 저녁 헝가리어 수업에 온다는 것은 의지가 있다는 뜻이라 수업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웬만하면 결석하지 않고 다들 잘해서 자극이 엄청된다. 일주일에 한번이니 90분 수업을 쉬는 시간도 없이 내달리는 데다, 확실히 A2에 비해 심화된 문법을 배우다 보니 긴장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밝고 위트 있으셔서 좋은 수업 분위기에 한몫하신다.
 
교재는 학원 자체 교재 같은 것과 머져록과 모르는 책을 병행한다. 선생님 개인 특징인지 몰라도 여러 가지 게임이나 활동 등 수업 자료도 다양하게 준비해오셔서 힘들어도 재밌는 게 큰 장점이다. 등록 직전 율리시스 다니는 분을 알게 되어 물어보니 그분 반은 수강생이 열명 정도로 많고 말을 많이 안 한다고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말을 많이 시켜서 죽을 맛이다... 처음에 돌아가며 주말에 뭐 했는지 그날 뭐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수업 중에도 본문을 돌아가며 읽고 헝가리어로 설명하기, 대화 내용 재구성해서 말하기 등... 생각보다 말하기가 많아서 수업시간 내내 초긴장 상태다.

아직 예복습을 안 하면 따라가기 힘든 상태라 수업을 듣고 나면 일주일 내내 숙제하고 예복습 하느라 시간이 촉박하지만 몇 주 사이 헝가리어가 많이 늘었다는 게 체감이 된다. 물론 아직 갈길이 한참 남았지만 읽기, 듣기가 많이 늘었고 쓰기도 조금씩 느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말하기가 제일 더디지만.. 

 

아직 개개인의 호구 조사(?)는 덜 되었지만 신기한 건 같은 반 친구들 나까지 6명 중 대략 파악한 바 반정도가 파트너를 한국어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경우 남편으로 인한 동기보다 기타 동기가 아직까지는 더 크다고 느끼지만 남편의 존재도 한 몫하는 지라 사실상 신기할 것도 없지만ㅎㅎ 파트너가 헝가리인이 아니라도 헝가리에 애정을 가지고 헝가리에 장기거주하는 친구들이니 친해지고 싶은 맘에 수업에 가는 것도 있다.

 

이번 코스가 끝나가며 반 친구들에 비해 실력 처지는 것이 느껴져서 선생님이 다음 학기는 등록하지 말라고 할까 봐 내심 걱정됐는데 쫓아내시진 않을 것 같다. 10주가 끝나면 어찌 되나 싶어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는데 정보가 없길래 따로 물어보니 기존 수강생끼리 상의해서 다시 10주 시작일을 정하는 듯. 

 

포기하지 말고 B2 달성하는 그날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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