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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라이프

헝가리 생활 : 주말 부부와 헝가리 젊은이들의 현실

by _oneday_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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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주말 부부를 한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예전에 롱디에 관한 글을 쓰면서 롱디는 다시는 안 할 것이라고 입방정을 떤것이 고작 몇 달 전인데 주말 부부를 하게 되다니. 역시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예전엔 굳이 주말부부를 왜 하는지 몰랐는데, 그랬다 내 생각이 짧았다. 현실적으로 그러기 힘들 때도 있다는 것을 겪어보니 알겠더라.
 
우리는 헝가리인 한국인 부부인데 한국인인 내가 헝가리에서 살고 헝가리인인 남편은 폴란드에서 일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다. 원래 남편도 헝가리에 직장이 있었지만 이직을 폴란드로 하게 된 것.

 

우리는 왜 주말 부부가 되었나.

 

남편의 모국인 헝가리는 선진국으로 분류되기는 조금 부족한 중진국에 속한다. 산업 구조가 제조업 기반이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나무위키에는 양질에 일자리가 많다고 나오지만 내 생각엔 없다.) 영국, 서유럽, 미국으로 2030 젊은 세대의 인력 유출이 크다.
 
헝가리 젊은이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계속 헝가리에 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 주변만 해도 오스트리아 국경 지역에 살며 오스트리아로 출퇴근하는 사람, 직장 때문에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 이미 서유럽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 간 이주는 원래부터 흔한 일이고 국경이 전부 붙어 있는 데다 EU로 묶여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겠지만, 경제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서유럽의 청년층 이주 의향은 5-15%인 반면 헝가리는 20%이상에 달한다. 

 
그중 하나가 내 남편인 거다. 남편은 개발자로 헝가리 내에서도 일반 사무직에 비해 나은 조건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선진국 개발자 급여에 비하면 절대적인 급여는 낮지만 선진국은 물가가 비싸 결국엔 남는 돈은 비슷하니 지금까지 그것을 뛰어넘을 연봉 인상이 아니면 굳이 헝가리를 떠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엄청 올랐고 헝가리 내 급여는 그걸 따라가지 못했다. 설상가상 얼어붙은 개발자 취업 시장에 헝가리 내 이직이 힘들었다. 그러다 장난스레 넣은 폴란드 소재 미국 빅테크 회사에서 오퍼를 받아 버린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삶이 참 재밌고 아이러니하다. 헝가리는 IT 분야가 빈약한 탓에 헝가리인인 내 남편은 외국으로 일하러 가게 되었는데, 헝가리 정부가 제조업에 투자하고 외국 기업에 많은 세제 혜택을 제공한 덕에 내가 헝가리에 오게 된 걸 생각하면 말이다. (가끔 사실 총리가 우릴 이어준 거다...라고 농담하곤 한다...)
 
덕분에 헝가리에 와서 밥벌어 먹고 있지만, 이 또한 헝가리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헝가리에 살다 보면 ‘헝가리 것’이 많이 없다. 오래된 자료긴 하지만 2017년 코트라 자료를 보아도 헝가리 10대 기업리스트를 보아도 헝가리 기업은 정유회사인 Mol과 항공사 Wizz air, 에너지 회사인 MVM 뿐이다.

대부분 독일, 다국적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는 현황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헝가리 회사나 브랜드가 많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쇼핑센터만 가도 여타 서유럽, 미국 등에서 온 브랜드가 대부분이고 대부분 마트조차도 외국계이니 브랜드조차 변변찮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헝가리에 취업을 했을 때, 부다페스트에 여행 왔을 때 살아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사를 왔다. 다행히 부다페스트의 삶은 전반적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헝가리 사람을 만나 평생을 약속했으니 이제 내 인생에서 헝가리는 한국만큼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고 만 4년이란 시간을 살며 헝가리에 정도 많이 붙었다.
 
그래서 헝가리가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고 헝가리 사람들도 더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여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한다. 남편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그리곤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계획은 남편이 경력을 쌓고 다시 부다페스트로 돌아오는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정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헝가리 정치 상황은 암담하다. 독재나 다름 없는 장기 집권 총리, 무엇보다 교육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 나한테까지도 느껴져서 너무 안타깝다. 유치원, 초등, 고등 교사(중학교 없음) 월급이 너무 적어 그만두거나 투잡을 뛰는 사람들도 많고 아예 일하겠다는 교사가 없어서 교사가 부족하기도 하단다. 교사들이 계속 처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시위를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헝가리 정부는 분명하게 우민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인재를 키우기 보다는 말 잘 듣는 일꾼이 필요한 거다. 이는 선거철이 되면 더 두드러진다고 느꼈는데, 후보자 선전물이 보이는 기둥마다, 달 수 있겠다 싶으면 다 달려 있다. 프로파간다도 엄청나고 선전물도 꽤 원색적이다. 길거리의 광고판부터 유튜브 광고까지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유치하고 원색적인 광고를 보고 있으면 이 나라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기도 한다.

헝가리 사람들은 농담으로 헝가리는 항상 잘못된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내가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쓴대도 헝가리의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겠지만 이제는 헝가리가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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