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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라이프/부다페스트 일상

주간 일기 : 11월의 마지막 주(크라쿠프 크리스마스 마켓/비엘리치카 소금광산/홈파티)

by _oneday_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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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대충 이런 느낌을 원하고 있지만 나랑 어울리는지 의문...



너무 귀찮은 결혼식 준비…
기껏 정한 드레스에 대한 확신이 흔들려서 주말에 이어 하루종일 고민이 됐다.
저녁에 친한 친구랑 통화를 했는데 내가 고른 드레스가 내 이미지랑 찰떡이라고 해서 안심이 됐다.


요 몇 일 목과 승모근 통증이 다시 도졌다.
마사지가 시급했지만 이미 잡아 놓은 피티를 취소할 수가 없어 피티쌤한테 또 담이 오기 직전이라 했더니 운동 대신 한시간 동안 승모근과 등 상부 집중 마사지를 해주었다. 피티 한 시간보다 마사지 한 시간이 두배는 비싼데 개이득…?
피티 쌤이 다년간 축적된 K-승모근에 또 다시 큰 충격을 받았다. 자꾸 승모 전문(?) 마사지사 소개 해준다더니 그 말만 몇개월 째인지…?


2024.11.26

아침에 10분만 일찍 나오면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할 수 있는데 그게 참 어렵다.
요즘 직장 생활이 순탄한데 순탄해서 순탄하지 않다…
순탄함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곧 폭풍전야일 것 만 같은 기분에 불안해 하고 있다. 전형적인 K직장인이 아닐 수 없다.

저녁은 한국에서 가져온 무를 털어서 참치 무조림을 해먹었다.
틈틈이 주방 정리도 하고 청소도 했는데 대청소가 아니면 티가 안나기도 하고 끊임없이 더러운 곳이 생기는 느낌.
씻고 폴란드에 갈 짐을 쌌다. 평소보다 며칠 더 있을 예정이라 비상식량으로 컵누들과 불닭볶음면을 챙겼다.

짐을 얼추 챙기고 한국에서 가져온 필사 책을 펼쳤다.
요즘 한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줄어 드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외국어 실력이 늘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점점 적어서 그런 것 같아 한국어를 연습하려고 하는데 회화 상대는 제한이 있고 글이라도 더 써야겠다 싶어 블로그도 더 자주 쓰려고 하고 있다. 너무 오랜만에 손글씨를 쓰니 한 문장을 끝내기도 전에 손이 아팠다.


2024.12.27

올 해 남은 휴가를 쥐어짜서 올 해 마지막 폴란드 행.
금요일이 아닌 평일 플릭스 버스는 처음인데 아주 텅텅 비었고 예약자가 빨리오면 빨리 출발 하는 엄청난 시스템이었다. 주문한 버거를 받고 밖을 봤더니 버스가 벌써 왔길래 부랴부랴 탔더니 사람 다오니까 걍 출발함… .

그렇게 거의 20분을 일찍 도착했다.

남편 집에 도착해서 참지 못하고 그만….
야식으로 불닭 한봉지 뚝딱.


2024.11.28

남편 따라 나와 남편이 볼 일 보는 동안 근처 카페에서 혼자 커피와 아몬드 크로와상을 먹었다.

플레이리스트가 꼭 내 플리를 가져다 쓴 것처럼 좋아하는 노래만 나와서 너무 좋았다.

 

남편이 외벌이를 하게 되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내 유급휴가, 내 돈 쓰는 게 맘이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볼 일이 끝난 남편과 장을 보러 가는 길.
크라쿠프의 겨울은 부다페스트보다 훨씬 우울한 느낌이다.

크기는 꽁치 만하지만 고등어를 쌓아놓고 파는 폴란드…
부다페스트였다면 사서 고등어 조림을 먹었을텐데.
아무래도 기본 한식 재료를 폴란드에도 마련해놔야겠다.
그나저나 구글 번역기 폴란드 번역도 형편 없다. 시체라니...

지난 번엔 신라면 컵이 있었는데 이번엔 핵불닭이….
매운 걸 좋아하는 나도 한 번 먹고 온 몸의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고 손도 안댔는데 폴란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나…?

그렇게 장을 봐놓고 까먹은 게 있어 결국 편의점행.
폴란드에는 6시부터 23시까지 여는 편의점인 zabka가 엄청 많고 깔끔하게 잘 되어 있다.

내가 찾던 건 없었지만 냉동 코너에서 찾은 것.

폴란드 사는 분 블로그에서 봤던 모찌 아이스크림!
너무 궁금 했는데 맛은 이것 뿐이었다.
마차맛이 궁금했는데.

집에 와서 저녁으로 참치토마토파스타를 해먹고 모찌를 먹어봤는데 음… 맛을 실패한듯…
그리고 떡이 되게 흐물흐물하다.
떡을 별로 안좋아하는 의외로 남편이 맛있다며 하나 더 꺼내먹어서 다행이었다. 다음에 마차 맛 찾아봐야지.


2024.11.29

남편 사무실에 따라 갔다왔다. 흐리고 비가 왔다.

남편 직장 따라 온 이유. 공짜 아침 먹으러…

뷔페로 이렇게나 푸짐한 아침을 주다니 역시 대감집인가.
망고 라씨가 있었는데 은근히 맛있어서 엄청 먹었다.

밥 먹었으면 커피를 마셔야지.
남편이 회사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데 우유 스팀이 너무 어렵다고 해서 한 수 가르쳐 줬다.
왕년 카페 알바 실력을 이렇게 뽐내게 될 줄이야. 다행히 실력이 죽지 않아서 우쭐 거릴 수 있었다.

이번에 크라쿠프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마켓 때문이었는데 마침 마켓 첫 날이라 집 가기 전 둘러보러 왔다.

근데 이게 뭐람…
리넥 광장이 워낙 커서 엄청 기대를 했는데 한 쪽에서만 하고 부스도 그저 그렇고 너무 심심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트리 없는 크리스마스 마켓 실화?

유일하게 폴란드 자기 파는 부스가 예뻤지만 잘 참고 블프라고 자라에 들어갔다가 귀마개를 사버렸다.

세일 상품은 아니었지만 호빵 같은 귀마개.
너무 따뜻하고 노이즈 캔슬링도 돼서 너무 만족.

성모 승천 교회에 잠시 들러 기도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다가 로스만에 들렀는데 메디힐 마스크팩 파는 여기가 폴란드인지 한국인지.

점심은 집에 와서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나폴리식 피자를 시켜먹었는데 재료를 너무 아꼈더라.
이탈리아 살 때 단골 피자 집이 너무 그립다.

또 먹는 사진 밖에 없음.
저녁부터 목이 점점 까끌거리기 시작해서 남편이랑 같이 가려던 운동을 포기하고 집에서 쉬었다.
책 읽다 잠들었더니 남편이 올 때가 되어 소고기 시체..아니 스테이크를 또 한번 선보였다.


2024.11.30

11월의 마지막 날. 솔직히 마지막 날인지도 몰랐다.
예전에 갔는데 괜찮았던 브런치 집에서 식사를 하고 소금 광산에 갔다.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은 크라쿠프 여행을 간다면 아우슈비츠 다음으로 관광객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다.
크라쿠프에서 버스로 쉽게 갈 수 있고 소금광산이 생소한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가보는 걸 추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에도 소금광산이 있는데 둘 다 가본 사람으로써 광산 스타일이 매우 다름.
할슈타트 광산은 해당 지역에 어떻게 암염지대가 형성이 됐는지부터 소금 광산의 역사를 설명하며 나름의 액티비티 같은 게 있다. 미끄럼틀이나 꼬마 기차 타기 같은.
비엘리치카는 반면 광산 자체에 대한 역사만 이야기 하고 암염으로 만든 조각들 구경 위주.
비엘리치카 소금 광산은 꼬박 10년 전에 혼자 가보고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었는데 노인네처럼 10년 전과 자꾸 비교하게 됐다. 껄껄.

전날 본 크리스마스 마켓의 비주얼이 너무 충격이라 다시한번 기회를 주고자 리넥 광장에 왔다.
비가 안오고 밤이라 좀 더 예뻤지만 왜 광장을 한쪽만 쓰는 지는 의문.

라쿠프에 몇 년 산 친구 말로는 원래 광장을 다 쓴다고 12월 6일 쯤에는 트리도 만들고 더 커질거라고 했다.

이 외에도 중앙역 앞 광장이나 코로나 근처에 마켓이 있는데 갤러리아 앞에는 다행히(?)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헝가리에서는 오픈부터 끝까지 같은 규모로 진행되어서 여기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번이 올해 마지막 크라쿠프 방문이라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 마켓을 못 보고 가는 게 내심 아쉬웠다.

 

마켓에서 마신 멀드와인에 알딸딸해져버리고 신나서 도착한 칵테일 바.
칵테일은 전부 무난히 맛있었는데 갑자기 특이하게 입은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시작해 신기한 곳이었다.
남편이랑 재밌게 놀다가 갑자기 몸이 급격히 안좋아져 집에 가서 약 먹고 쉬었다.


2024.12.01

벌써 12월이라니. 12월의 첫 날부터 몸살이 났다.
목감기만 잠시 왔다가는 줄 알고 스트랩실과 따뜻한 차를 들이 부었는데도 나아지긴 커녕 몸살로 번졌다.

처음으로 남편 직장 동기들 모임에 초대를 받은 날이었는데  집에서 쉴까 심각하게 고민이 됐지만 약을 먹고 힘내보기로 했다.

모임에 가기 전 나눠마실 술을 사러 폴란드 편의점 잡카에 갔는데 여기도 불닭이 있었다.
급할 때 삼겹살 구워먹을 식당은 없어도 불닭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크라쿠프.

모임은 7개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이루어져 아주 국제적이었지만 내가 유일한 동양인이자 한국인이었다. 이런 자리에선 내가 하는 말 한마디들이 한국에 대한 인상을 만들까봐 걱정이 되어 조심스럽기도 한 반면 물어보는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비슷한 답변을 계속 반복하는 건 조금 지치기도 한다. 

 

이 날 모임에 또 다른 부부가 있었는데 여기는 남편이 직장 때문에 크라쿠프로 이사하며 아내도 따라온 케이스였다. 아내는 하던 일이 이미 재택이고 우리처럼 떨어지면 자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거리, 비자 등) 같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한 여행도 비자가 필요하고 비자를 거절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같이 이민을 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그 집에 있던 고양이.
우리도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몇년 내로 키울 생각이었는데 남편의 폴란드 행으로 재고해보게 되었다.
내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딱 지금 고양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몇년 뒤 우리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변화에 예민한 고양이를 무작정 외로움을 달래고자 데려오는 것이 무책임한 것 같아서.

모임 자리는 재밌었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며 몸이 으슬으슬 다시 아파왔다. 이때까지 얼마나 아픈지 남편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참 스스로 생각해도 미련했다. 왜 자꾸 나보다 남을 위해 사는가. 진짜 모르겠다. 이기적인 빗치가 항상 꿈이다.

헝가리어로 아프다고 속삭여 집에 가기로 했다.
원래는 집에가는 길에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뭔가 더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대로 쭉 쉬었으면 좋았겠지만 슬프게도 남편 집에 도착해 두시간 남짓을 쉬고 버스를 타러 가야했다.
버스를 타기 직전까지 몸살 기운이 너무 심해서 순간 진짜 병가 태우고 하루 더 있다 가야하나 살아서 이 버스가 부다페스트로 가는 게아니고 황천길로 가는 건가 진심으로 걱정이 됐지만 나의 건강한 신체를 믿고 눈물을 훔치며 버스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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