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4
2주간의 한국 휴가 후 복귀 첫날. 날씨가 부쩍 추워졌다.
출근 때 만해도 분명히 기분이 아주 산뜻하고 좋았는데... 그랬는데...
저녁은 한국에서 가져온 오리훈제와 직접 키운 부추(2주간 용케도 살아 있었다)를 먹었다.
송이버섯과 미나리도 같이 쪄먹었다. 당분간은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로 풍족하게 지낼 것 같다.
아직 못 푼 짐이 산더미인데 갑자기 너무 너무 피곤해서 9시 반쯤 기절해 버렸다.
2024.11.05
한국 회사의 맛을 또 한 번 본 날.
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뻐근해 회사에 있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정말로 아픈 거였다.
예전엔 아 내가 아프겠구나를 알았던 거 같은데 요즘엔 아프기 시작해서야 아 아프려고 그랬구나 느끼게 된다.
자꾸 내 몸을 아끼지 않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걱정이 된다.
너무 쉬고 싶었지만 임박한 저녁 약속을 파투낼 수 없어서 갔다 왔다.
가보고 싶었던 Tigris 101에 다녀왔는데 음...
몸이 아파서 그런지 몰라도 국수는 모르겠고(탄탄면을 시켰는데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탄타면과는 다른 맛)
마차 티라미수는 맛있었다. 다시 한번 먹고 싶은 맛. 근데 좋은 마차가루만 있으면 내가 더 맛있게 만들 것 같다.
저녁을 먹는 동안 점점 몸살 기운이 도져서 친구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결국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2024.11.06
전 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기장판을 켜고 바로 잤는데도 몸살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회사에서 노트북을 가져올 걸 후회했다.
일단 출근해서 점심까지 버티고 양해를 구해 오후는 재택을 하기로 했다.
입이 까끌거리고(!)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고프지도 않아서(!!!) 이게 웬일 인가 싶었다.
친구들과 친한 지인들은 임신 아니냐고(사실 나도 설마 함) 했지만 그냥 아픈 거였다.
오후 업무를 겨우 하고 약을 위해 억지로 밥을 먹고 잤다.
최소 10시간은 잔 것 같다.
2024.11.07
아침에 눈을 떴는데 너무 개운했다. 젠장.
출근하기 너무 좋은 컨디션이다.
나름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오랜만에 장을 보러 갔다.
여긴 계란 매대인데 유기농 계란 조금 빼고 남은 게 없음.... 목요일 저녁에...
우리 동네가 그런지 몰라도 내 경험상 이런 경우가 흔하다.
계란이 이렇게 까지 없는 건 처음 보는 일이지만 고기도 원하는 게 없을 때가 많고 채소나 과일도 없거나 신선한 것을 찾기 힘들 때가 있다. 먹고 살기 참 힘들다.
집에 도착해 식료품을 정리하고 저녁을 후다닥 챙겨 먹고 아파서 못했던 집안일과 난장판이었던 집을 정리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남편이 없을 땐 집을 한없이 어지르게 된다.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도 많아서 수납장도 제대로 정리하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얼마동안 방치했는지도 모를 주방 후드도 열었더니 심각하게 더러워서 닦는데 30분은 걸린 것 같다.
다행히 얼마 전 동료 추천으로 산 클리너 효과가 아주 좋아서 신나게 닦았다.
결국 갖가지 집안일을 하고 씻고 나니 1시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집에 물건이 너무 많아 그다지 정리되어 보이거나 깔끔해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100킬로를 가져온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미니멀 리스트가 되리라 다짐하며 잠들었다.
2024.11.08
요 며칠 꼭 폭풍 전야 같은 날들이다. 고요와 평온이 불안하게 느껴지다니 이건 다 회사 잘못이다.
이번 주는 몇일 몸이 아파 마음이 외롭고 힘들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또 남편이 오는 날이 되어 있었다.
오후에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돈을 열심히 계산했다.
내년에 돈 나갈 일이 산더미인데 걱정이다.
꼭 청소와 정리처럼 평소에 좀 아낄걸, 한국에서 좀 자제할걸, 껄껄껄 껄무새가 되었다.
미니멀 리스트가 되기로 다짐하는 것처럼 당분간은 돈을 아껴보기로 또 다짐했다.
다짐하기 무섭게 피티를 받으러 갔다. 오랜만이라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서둘러 씻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으니 남편이 왔다.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한 토마토 참치 파스타를 했는데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앞으로 2-3년 정도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가 내 인생에서 꽤나 큰 이벤트들에 관한 것이어서 기분이 이상했다. 어느새 이렇게 나이가 들어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함께 계획해나갈 사람이 있는 것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2024.11.09
구독하고 있는 블로그에서 보고 나도 수경 재배를 하고 있는 미나리.
진짜 신기하게 며칠 새 뿌리가 나고 새싹이 났다.
엄마가 너무 긴 것 같다고 해서 마디를 기준으로 신중하게 잘라 좀 더 포기를 나누었다.
잘 자라서 미나리를 잔뜩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후에는 남편과 카페에 갔다가 마사지를 받았다.
한시간을 풀로 마사지를 받고 나니 너무 개운했다.
집에 와서 한국에서 가져온 무를 소분 하는데 안이 상해 있었다.
그래도 상한 부분만 잘라내니 달큼한 무 향이 너무 좋았다. 조만간 무로 이것저것 만들어 먹을 생각에 마음이 풍족해졌다.
저녁에는 단골인 버거집에서 버거를 사 먹고 후식으로 오븐에 구운 군고구마를 먹었다.
군고구마를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남편… 웃기다.
야밤에는 미루던 결혼 관련 일들을 좀 처리했다.
결국 청첩장을 직접 만들기로 했는데 청첩장 만들다 보니 우리가 정한 결혼식 낳이 일하는 토요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둘 다 멘붕이 와서 한 10초간 정적…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그래도 지금 알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2024.11.10
요즘 주말 루틴, 브런치를 하고 시내를 배회했다. 갑자기 너무 춥고 해도 짧아져서 외출이 즐겁지 않았다.
어디 처박아둔 목도리와 히트텍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을 2-3주만 갔다와도 환절기엔 계절이 확 바뀐 것 같아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느낌이 든다.
이제 눈깜빡하면 크리스마스다!
저녁에는 남편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체스 두는 걸 구경했다.
막판에 좀 지루해서 졸다가 남편한테 걸렸지만...
하루하루 지날 땐 길고 힘들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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