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9.

나이도 먹었다면 먹었고 사회 경험도 초년생은 벗어 났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어려운 게 많다. 평생 살며 진정한 친구 하나라도 있으면 대단한 거라고들 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호감을 받을 수야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두루두루 여러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닌 듯 하다. 사람마다 성향따라 맞고 안맞고가 있으니 누군가에게 내가 불편하다던가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가끔 씁쓸하다.
헝가리에 올 수 있게 해주셨던 분과 꽤 긴 점심 시간을 가졌다. 돈과 삶의 사이에 대해 또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본주의 현대 사회에서 돈이란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당장 나보고 5-6년 전 수입으로 살라고 하면...음... 조금 (많이) 우울할 거 같다. 근데 이 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나도?) 더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치게 되는 것 같다. 건강,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같은 것들. 한편으로는 그 중요한 것들을 가지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발란스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항상 생각하며 조화롭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2026.01.20.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헝가리어가 재밌다. 다음주는 한주 쉬고 2월부터 다시 시작. 2월부터 꽤 바빠지는 일이 있는데 헝가리어도 같이 잘 가져갈 수 있을지 걱정 된다.
마무리하고 새로 시작할 일이 있어서 바쁘고 정신 없다. 정신 차려보면 퇴근 시간이다. 이번주는 저녁에 계속 뭔가 있다. 운동, 헝가리어 수업, 그리고 약속, 약속, 약속.... 주말엔 여행도 간다. 그 와중에 집안일, 넘쳐나는 물건들 정리 등등 진짜 할 일이 투성이다. 남편이 이사가면 청소라도 사람을 쓰자고 했는데 이 날 퇴근과 수업 후 분주하게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진짜 사람을 쓰던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6.01.21.

퇴근하고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한국인이 헝가리에 오래 자리잡고 산다는 거 차제가 쉽지가 않은데 요즘 경기도 안 좋으니 더더욱 어렵다. 누구든 만나는 건 좋지만 다들 나랑 같이 헝가리에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친구들, 지인들이 헝가리를 떠날까봐 불안한 마음... ㅠㅠㅠ 헝가리 정부도 잘 좀해라 살고 싶게....집에 와서 빨래 널고 씻고 기절...
2026.01.22.

자는 사이 남편이 왔다. 행복했다. 드디어 부엌 상판이 설치 됐다. 이제 주방 벽 타일이랑 싱크, 전기 연결만 하면 진짜 끝이다. 퇴근하고 오랜만에 강식당에 가서 고기를 구웠다. 한참 먹고 싶었던 김치찌개도 먹고 목이 쉬도록 떠들고 집에 왔다. 남편은 내가 폴란드가면 항상 냉장고를 채워 놓는데, 나는 집에서 밥을 잘 안먹다 보니 안 갖춰져 있을 때가 많아서... 남편이 먼길 와서 볼 일 보랴 일 하랴 장보랴 고생이 많았다. 피곤했지만 미안해서 저녁 챙겨주고 씻고 기절했다.
2026.01.23.



5년 일한 직장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다. 힘든 일도 분명 있었지만 헝가리에 자리 잡는데 큰 기반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게 겁나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길 바란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퇴사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단톡에 메세지를 남기는데 눈물이 살짝 고였다. 매니저는 눈물이 나서 나가서 울고 오더라… 누가 나보고 매니저 애착 인형이라고 하던데 어… 나 때문에 우는 건 고마우면서도 조금…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내가 생각해도 성격이 변한 거 같아서 mbti 테스트를 다시 해봤는데 간당간당하게 INTJ가 나왔다. 사회 생활 하면서 F와 P를 잃어가… 컴퓨터와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계속 조금씩 짐을 옮겨 왔기에 가볍게 나서고 싶었는데 동료들에게 선물을 받아 손이 무거웠다. 같은 팀멤버들과 멋진 헝가리 식당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몇몇은 일찍 집에 가고 소수만 남아 칵테일을 한잔 했다.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니. 기분이 이상했다.
2026.01.24.




새 직장 시작 전까지 주어진 일주일 간의 휴가. 하루가 아까워 토요일 새벽에 바로 바르샤바로 향했다. 쉬는 동안 엄마가 왔었다면 좋았겠지만…사정이 있어 불가능 했고 멀리 혼자라도 여행을 다녀올까 했지만 추워서 어디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남편과 더 북쪽으로, 바르샤바 여행을 갔다. 바르샤바는 너무 추웠다.
아침 일찍 호텔에 도착했는데 얼리 체크인을 해주었다. 덕분에 한숨 자고 나올 수 있었다. 나와서 구시가에서 아점을 먹고 쇼팽 피아노 연주회를 갔다. 원래도 소규모인데 관객이 찐 소규모라 조용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에는 너무 추워서 어디라도 들어가야겠다 싶어 바르샤바 왕궁에 갔다. 왕궁 구경이나 교회 구경이나 이제는 딱히 찾아서 하고 싶은 건 아닌데 하면 재밌다. 왕궁을 다 본 이후에는 바르샤바에 온 찐 목적, 우동 집에 갔다. 바르샤바 우동으로 유명한 우끼우끼. 몇 달만, 아니 몇 년만에 제대로 된 우동을 먹은 건지. 너무 행복했다. 저녁 먹고 너무 추워서 필요한 것만 사고 호텔로 복귀. 사우나를 하고 푹 쉬었다.
2026.01.25.




바르샤바에서 둘째날. 아침 잠이 많고 디저트류를 못먹는 남편을 뒤로하고 아침부터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먹으려고 길을 나섰다. 없으면 마차롤 이라도 먹어야지 하고 갔는데 다행히 있었던 딸기 생크림 케이크! 망설이지도 않고 하나는 먹고 가고 하나는 포장해달라고 두개를 샀다. 앉아서 생크림 케이크와 오트 마차 라떼를 마셨다. 생크림이 한국 생크림 케이크처럼 완전 동물성은 아닌지 조금 무거운 감이 있었지만, 제누아즈는 완벽했다. 나도 딸기시루 이런거 먹고 싶다…. 그래도 유럽에서 이 정도가 어디냐. 한국 가서도 매번 타이밍 못맞아 못 먹은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바르샤바에서 먹었다. 마차 롤케이크도 먹고 싶었는데 욕심 부리지 않고 나왔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우동, 바르샤바에 다시 올 이유가 충분하다.
호텔로 돌아와 남편이랑 다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케틀을 사용하려던 콘센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남편이랑 둘다 ㅇ0ㅇ!!!!!!!!! 이렇게 됨. 진짜 번쩍번쩍 거렸는데 차단기도 안 내려가고, 너무 위험한 거 같아 바로 리셉션에 말했더니 방을 바꿔주었다. 별 일이 다있다.
새 방에 짐을 옮겨 놓고 브런치를 먹으러 나왔다. 꽤 인기 있는 집인지 잠시 기다려야 했다. 특이하게 장어 베네딕트, 장어 토스트 같은 게 있어서 먹어 봤다. 크라쿠프에서도 느꼈지만 바르샤바에서는 더더욱 아시아 문화가 트렌드인 거 같다. 아시아 퓨전 음식이 쉽게 눈에 띄고, 라멘집, 마차 제품을 파는 카페들도 엄청 많이 보였다. 오래 살고 볼일이다. 나름 맛있게 먹고 근처에 있는 폴란드 인민공화국 생활 박물관에 갔다. 공산주의 시절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박물관이다. 당시에는 가구 수 별로 살 수 있는 집 크기가 정해져 있었는데 그걸 재현 해놓은 작은 공간이 제일 흥미로웠다.
이후에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문화과학궁전 전망대에 가보기로 했다. 이 건물은 얼마나 큰지 아무리 가까이 가도 가까워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전망대에 올라가 바르샤바 전경을 구경했는데 뭐… 딱히 올라가야 할 만한 전망대인지는 모르겠다. 전망대 가는 길에 보인 유니클로가 나에겐 더 흥미로웠다. 유니클로 폴란드에도 없는 줄 알았는데 바르샤바에 있었구나!!! 헝가리에는 유니클로가 없어서 다른 유럽 나라에 가면 기본템 몇개 집어 온다. 질괜찮은 기본템은 유니클로만한데가 없다구요. 남편은 유니클로가 뭔데 하더니 바지와 상의를 샀다 ㅋㅋㅋ 웃겨.
호텔에 잠시 들어가서 쉬다가 예약해놓은 저녁 식당에 갔다. 미슐랭 빕구르망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에피타이저는 맛있었지만 메인이 정말 별로였다. 대체 이게 왜 빕구르망?… 실망스러웠다. 이렇게 짧은 바르샤바 여행 끝. 너무 추워서 여름에 냉우동 먹으러 다시 한번 가면 좋을 거 같다. 와이지엔키 공원도 가고 이번에 안간 봉기박물관도 가고. 사실 봉기박물관은 바르샤바 봉기가 뭔지 1도 모르는 상태로 12년 전에 갔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크라쿠프에 비해 확실히 도시 같은 느낌이 있는데, 전쟁으로 파괴된 후 재건하며 공산주의 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뭔가 전통적인 유럽 수도와는 다른 느낌이 난다. 뭔가 건물들이 전부 나 건!물! 빌!딩! 이런 느낌이랄까? 여튼 미관적으로 별로…긴해… 그래도 크라쿠프랑 비교하면 이것저것 할건 많은 거 같아서 폴란드에 살게 된다면 바르샤바는 오케이, 크라쿠프는 안된다고 했다. 바르샤바, 부다페스트보다 작으면 그건 도시 아님! 이렇게 바르샤바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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