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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라이프/부다페스트 일상

주간 일기 : 너무 춥다. 크라쿠프 맛집을 찾다.

by _oneday_ 2026.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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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2.


제대로 쉬지 못하고 출근한 날은 너무 피곤하다... 게다가 출근 전에 볼일 볼 게 있어서 더 정신없었음. 감기 기운이 있은지 벌써 4일째, 조금씩 낫고 있는 느낌이라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저녁이 될수록 컨디션이 안 좋았다. 필라테스 등록을 괜히 했나 후회했지만 막상 갔다 오니 개운했다. 집에 와서 씻고 자다가 남편을 다시 폴란드로 보냈다. 곧 또 만나~


2026.01.13.

감기가 다시 심해진 느낌. 머리가 띵하고 코가 매웠다. 컨디션도 안 좋고 헝가리 수업에 가기 싫었지만 몇 주 뒤 못가는 날이 있어서 다녀왔다. 가면 또 재밌긴 해. 페루 친구가 새로 들어왔는데 사람은 좋아 보였지만 인원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끝나고 집에 가면서 피자 먹을 생각에 설레고 있었는데 트램이 영 딴 방향으로 갔다. 데악으로 가야 하는데 엘리자베스 다리 밑에 내려줌... 영하 6도에 이게 뭐 하는 짓이죠? 집에 가려고 보니 여러 번 갈아타야 해야 해서 결국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로 마음먹었다. 개 추웠다 진짜로. 그리고 강 위를 둥둥 떠내려가는 얼음 조각들... 영화 투모로우가 생각났다... 빙하기 온 거 아니야? 올 겨울 정말 춥다. 원래 가려던 피자집은 경로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피자집을 갔는데 그냥 그랬다. 역시 화덕이 아니고 전기 오븐에 피자를 굽는 집은 걸러야 해. 또 벌벌 떨면서 집에 왔다. 정말 너무 춥다.


2026.01.14.


퇴근 하고 친구들이랑 왕푸에서 훠궈를 먹었다. 한동안 엄청 먹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보니 또 먹고 싶다. 2차는 메리어트 호텔 루프탑 바에 갔다. 남편 첫 생일 때 내가 호캉스 선물해 주고 루프탑 갔던 기억이 났다. 자정이 되도록 수다 떨다가 집에 가서 기절했다.


2026.01.15.


오랜만에 퇴근 후 아무것도 없는 날이었는데 막판에 필라테스 등록을 했다. 일도 정신 없었는데 또 갑자기 주말에 폴란드에 가기로 해서 퇴근하고 운동하랴 밥 챙겨 먹으랴 짐 챙기랴 바쁘다 바빠. 갑자기 폴란드에 가기로 하는 바람에 주말에 등록해 놓은 필라테스도 취소하고 네일도 취소하고 ㅠㅠ 지긋지긋하다 폴란드.


2026.01.16.

 

퇴근 후 폴란드로 향했다. 버스는 늘 그렇듯 지연이 되었다. 그래도 붐비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재작년 가을부터 크라쿠프를 적어도 열번은 오갔는데 편도 일곱 시간의 버스는 절대 익숙해질 거 같지 않다. 진짜 무지하게 지루하고 피곤하다. 자정이 넘어 도착했는데 부다페스트도 춥지만 크라쿠프는 더 추웠다. 매 번 폴란드 집에 가면 얼른 씻고 자야지 생각하는데 막상 도착하면 남편이랑 떠드느냐 늦게 잔다. 거기다 아껴두었던 흑백요리사 2 최종화까지 보고 자느라 더 늦게 잤다.


2026.01.17.

 

부다페스트에서 취소한 네일을 받으려고 크라쿠프 네일 샵을 도전해봤다. 다 좋은데 색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근데 이건 내가 고른 거라 어쩔 수 없다. 우연히 찾은 네일 아티스트가 크라쿠프에 살고 있는 헝가리 사람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 영국에 살다 온. 원래 네일 받으러 가면 이야기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이래저래 많이 떠들었다. 그 친구도 런던에 살다가 헝가리 사는 한국인을 폴란드에서 고객으로 만났으니 신기했을 듯. 점심은 새로 생긴 한식당에 가볼까 하다가 또 브레이크 타임에 걸렸다!(지난번에 브레이크 타임 걸려서 못 감.) 그래서 근처 또 다른 한국인이 하는 일식당에 갔다. 한끼! 이어 근데 여기 너무 맛있잖아...! 가격도 착하고 분위기도 좋고 그냥 다 좋았다. 회덮밥 해치우고 남편 점심까지 포장해 왔다. 남편이랑 만나서 커피 한 잔 하고 너무 추워서 벌벌 떨면서 집에 왔다. 집에 와 서는 넷플릭스 보고 스테이크 구워 먹고... 그냥 열심히 먹은 날이잖아? 근데 내가 열심히 안 먹는 날이 있나 싶다.


2026.01.18.

너무 추워서 집에만 있고 싶었는데 남편이 끌어 냈다. 근데 그냥 카페 가고 (또) 한끼가서 짬뽕 먹고 집에 왔다.


대신 남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 왔나 궁금하다.(다양한 삶에 대해 궁금할 뿐, 함부로 묻진 않는다.) 유독 어르신들의 옛시 간들이 항상 궁금한데, 이번에 남편이 남편 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었다. 남편의 할머니는 1928년 생으로, 올해 만으로 98세가 되신다. 지금껏 병원 신세 한번 안 지내도 되실 정도로 건강이 좋으시지만 귀가 많이 어두우신 데다 언어도 통하지 않아 직접 대화는 힘들지만, 항상 할머니의 삶이 궁금했다. 남편을 통해 들은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대하소설 같았다. 헝가리 동쪽 국경 지역에서 전간기에 태어나 2차 세계 대전에 10대를 보내고, 오스트리아로 잠시 난을 피했다가 부다페스트에서 대학을 나오시고 세게드에 자리 잡으셨다고.... 그 외에 정말 많은 새로운 정보들을 얻었는데 눈앞에서 영화 한 편이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역사를 담고 있는 할머니의 삶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 슬펐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 열심히 써놔야지. 나의 이야기도 내 자손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나 나름 흥미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그리고 새로 알게 된 사실. 남편 집안은 남편까지 최소 4대째 공학자 집안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아는 한 남편은 1대 독자라는 것... 할머니 이야기부터 해서 우리의 역사까지 곱씹고 폴란드 집 청소랑 집안일 좀 하고 티브이보고 책 읽고 쉬다 보니 집에 갈 시간이 됐다. 시간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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