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의 해외 생활 일대기 : 영국, 이탈리아 그리고 헝가리
    해외 생활 2023. 4. 4. 20:55
    반응형
    1.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영국 셰필드
    셰필드 타운홀

    어릴 때부터 교환학생, 해외생활에 로망이 있었다. 대학교 때 교환학생/어학연수/여행으로 해외 경험 쌓는 게 참 부러웠음.
    그러다가 대학교 마지막 두 학기를 남겨 두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6개월짜리 영국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지원, 붙어버렸다.(성적이 너무 낮지만 않으면 되는 거였음.)
     
    그렇게 시작한 내 첫 해외생활은 너무나 신세계였다.
    영어를 못해서, 문화가 달라서 고생하고 힘든 것도 많았지만 새로운 삶과 여행에서 오는 경험이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6개월은 너무 짧았고 더 있고 싶었지만 졸업도 해야 하고 당시 부모님에게 기대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 귀국했다.


    2. 진로에 대한 고민

    고작 6개월 보냈을 뿐인데 나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내향적이고 집순이었던 성격에서 일부분 외향적으로 성격이 바뀌었고 여러 활동들을 많이 했다. 여전히 많이 모자랐지만 영국에서 배워온 영어 실력을 지키기 위해 회화 스터디도 주에 세네 번 하고 여러 대외활동, 복수전공, 알바 등 정말 바쁘게 살았다. 그러면서 졸업 후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영국에 살았을 때 행복했던 것. 그 느낌 하나만 믿고 영국 워홀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첫 시도 만에 합격해서 비자를 받아 졸업과 동시에 런던으로 출국했다. 취업할 생각 없냐는 말, 갔다 와서 어떡할 거냐고 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영국 가서 멍 때리고 벽만 보고 있을 것도 아니고 무엇이든 얻어 온다 생각하고 부딪혀 보기로 했다.


    3. 다시 영국으로, 런던에서 2년간의 워홀 생활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도착한 영국 생활은 기대와 달리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참 좋았다.(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미화된 걸 수도 있다.) 생각보다 내 영어 실력은 많이 모자랐고 외곽에서부터 일을 구하다 보니 일 구하는 데도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막상 시작한 카페 일은 경력이 있었음에도 힘들었고 무시무시한 런던 물가를 감당하기에는 월급이 너무 짰다.
     
    그러던 중 초반에 밤마다 미친 듯이 돌렸던 이력서에서 다른 길이 보였다. 런던에서 차로 유명한 고급 식료품점인 Fortnum & Mason에서 연락이 왔고 이직에 성공! 런던의 완전 중심가,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너무 스러운 곳에서 일하게 된 것이 참 기분이 좋았지만...현실은 달랐다... 여전히 알바나 다름없고 급여는 짰으며(달에 실수령 1,200파운드쯤) 일은 힘들었다.
     
    주변에서 왜 만족을 못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2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이 일만 하다가 가기는 싫었다. 그러다 버버리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공고가 날 때마다 지원했다. 휴가까지 날려가며 최종 인터뷰까지 갔으나 최종을 망치는 바람에 떨어졌지만 크리스마스의 기적 발생! 크리스마스 템퍼러리로 2개월 남짓의 기회를 얻었다.

    만약 템퍼러리에서 퍼머넌트 전환을 못하면 아예 실직이지만 2개월의 경험이라도 얻자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도전했다.
     
    짧은 기간 동안 일 배우랴 실적 올리느라 고생했지만 좋은 동료들, 좋은 시기를 만나 퍼머넌트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런던의 버버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런던에서의 마지막 1년을 정말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비자가 끝나기 전까진...


    4. 또다시 진로 고민,
    적응하지 못한 한국 생활


    영국에서 2년 동안 행복했지만 다른 취업비자나 체류비자 취득을 못/안 했기 때문에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룬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으로 가는 것이 정말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영국에서 6개월 보내고 나서도 적응이 힘들었는데 2년응 보내고 나니 웃기게도 반쯤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되어 더 힘들었다.

    알바도 해보고 잠깐 직장 생활도 했지만 답답한 위계질서, 선후배 문화, 너무 빠른 유행, 비교하고 강요하는 사회... 다시 나가는 게 답이다 싶었으나 영어권 워홀은 전부 떨어졌고, 당시 영국에서 만났던 이탈리아 남자와 교제 중이었기에 몇 개월 준비 끝에 워홀 비자를 취득해 이탈리아 밀라노로 갔다.


    5. 녹록지 않았던 이탈리아의 삶

    이제는 인정한다. 유럽이니 어느 정도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했음을.

    영국에서 잘 지냈으니 이탈리아에서도 잘 지낼 거라고, 그래도 유럽을 접해본 내가 이탈리아에 가는 게 전 남자 친구가 한국 오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내가 한국에서 적응을 못하기도 했고. 그런데 도망치듯 떠난 이탈리아의 실상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경제 중심지인 북부 지방이었음에도 외국인인 나에게 허락된 직장은 거의 없었고 최저임금이 없으며 이탈리아인조차 전문직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하기 조차 힘든 환경이었다.
     
    게다가 어깨 으쓱하면 끝인 미친 복불복 행정처리... 인종차별, 성희롱 캣콜링...
    한번 출장으로 런던으로 갔을 때 깨달았다.
    이탈리아에서는 바닥만 보며 걷고 있음을.
     
    매일 매일이 불행하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날이 불행했기에 근 10년 간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를 누군가 묻는 다면 이탈리아에 살던 시기로 꼽을 것 같다.

    한국 회사에서 어찌어찌 직장을 잡아 일을 했지만 이탈리아 생활 2년 차가 됐을 때 코로나가 터졌고, 코로나를 직격으로 맞은 업종이라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다 보니 여름이 됐고, 다시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6. 모든 것이 조화로운 헝가리

    이탈리아에 더 있을 것인지 다른 나라로 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헝가리에서 취업 기회가 생겼다. 이탈리아 직장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 여행하며 문득 여기서 살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도시중 하나였기에 한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제 부다페스트에 산지도 3년 차.
    부다페스트에서의 삶은 너무 만족스럽다.

    런던도 좋지만 가장 선호하는 적당히 큰 대도시의 삶, 친절하고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들. 웬만하면 영어로 모든 생활이 가능하고 영국보다 물가는 저렴하나 한국인의 경우 높은 임금 수준. 이 나라 저 나라 떠돌다 보니 안정에 대한 욕구가 커졌는데 드디어 안정적인 삶을 일궈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일도 적응하기까지 힘든 과정이 있었고 지금도 가끔 힘든 시기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21년에 오래 만났던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외국생활 처음으로 향수라는 것을 겪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으나 뭔가 한국에 가면 지는 것 같아서 헝가리에서의 삶을 더 다지기로 했다.

    여러 활동, 생각만 해오던 일들을 실천으로 옮기며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다.
     
    헝가리 사람이다 보니 내가 헝가리에 더욱 소속감을 느끼고 뿌리를 내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서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서 흔들림 없는 일상생활과 미래 계획을 할 수 있고, 여유 시간엔 공통 관심사가 많아 작고 큰 이벤트가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같이 보내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재밌다.


    7. 앞으로의 계획

    아마 불가피하게 변화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계속 헝가리에 지내지 않을까 싶다. 현재의 삶이 너무 만족스럽고 안정적이며 행복하기 때문에 이 삶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
     
    그리고 지금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몇 년간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겠지만 나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으로 수익을 내고 이상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가장 장기적인 목표이다.
     
    단기적 목표로는 헝가리어 적어도 B2 레벨까지는 올릴 것. 틈날 때 공부하는 중이지만 모든 것들이 영어로 해결되다 보니 영... 헝가리어를 안 하게 된다.
     
    이렇게 돌아보니 참 다사다난했다. 짧아 보이지만 장장 9년 동안 일어난 일들. 큰 계획을 세우는 성격이 아닌 덕분인지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기도 한다.

    앞으로 블로그에서는 예전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이야기와 경험도 나누고 헝가리의 삶을 주로 나눠볼 계획이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