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에는 내 삶과 접목하여 내 생각을 더 담은 글을 쓰고 싶은데 매번 저장 만하고 발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뭔가 끄적여 보려고 노력해야지.
2024.02.28 - [헝가리 라이프/국제연애] - [국제 연애] 별이 쏟아 지던 밤,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았다.
2월에 결혼을 약속하고 아무것도 안정하고 있다가 여러 이유로 혼인신고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헝가리에서는 혼인신고를 하고 싶다고 한국처럼 아무 때나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데다 내가 외국인이라 챙겨야 할 서류가 헝가리인보다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잘 준비해서 마쳤던 혼인신고용으로 간단하게 시청 결혼식을 마치고 지금은 헝가리와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결혼을 하면서 결혼이란 무엇인가, 왜 결혼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고작 6개월 됐지만, 결혼을 한다고 당장 무엇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느낌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남남에서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되었지만 일상과 우리의 감정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미 같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 전과 후 매일이 같았고, 감정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것이 자명했다.
나에게 결혼이란 사랑을 바탕으로 배우자와 평생을 약속하고 앞으로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고 믿어왔는데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 결혼을 시작한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고 있다. 대학교를 가며 집을 떠났고, 수년간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다보니 이 먼 땅에 진짜 내 가족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가끔 기분이 이상하다.
그런데 신혼의 단 꿈도 잠시... 남편이 폴란드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결혼 4개월 만에 주말부부 실화냐. 결혼 전부터 이미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고 노력 끝에 두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는데 폴란드에 소재한 회사가 비교도 안 되게 조건과 전망이 좋았다. 하지만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그랬다. 헝가리에서 영주권을 진행하고 있는 데다 여기서 내가 이룬 것을 전부 접고 또다시 다른 나라로 갈 수가 없었다. 내 성격상 남편 따라 다른 나라까지 가면 남편에게만 너무 집중할 것이 뻔하기에 우리 사이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았다. 따라가는 건 나중에 상황 보고 언제든지 할 수 있기도 하고. 내 삶을 먼저 단단히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남편도 이해를 했고 나도 남편이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건 누가 봐도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주말 부부를 시작한 지 3주차. 재택이 대부분이었던 남편의 직업 특성상 항상 집에 남편이 있었는데 없으니 이상했다. 집이 다시 잠만 자고 나오는 곳으로 변했다. 아직은 나도 남편도 적응 기간이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을 때는 당장 때려치우고 폴란드로 가버리고 싶다. 그래도 여기서 꿋꿋이 내 일상 살아야지, 버텨야지,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의 성공적인 이직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내 삶에 대한 고찰이 시작 됐다. 삶에 대한 고찰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대체할 말이 없음. 남편은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물론 인생에 대한 목적이 분명하다. 감정에 쉬이 사로 잡히지도 않는다. 반면 나는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나고, 감정의 흐름은 바람 앞 등불이 따로 없다. 직장 내 스트레스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깊어져 인간 자체를 혐오하는 수준이 되어 가고 있는데 이 현실을 어찌 타개해야 할지 막막하다. 매일 오후 2-3시쯤이면 그냥 조용히 일어나 집에 가고 싶다.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거지.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지면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는 편이다. 매우 피곤한 성격임. 주변 사람들도 내 이런 면모에 질리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온라인 상담을 알아봤다. 4회에 25만 원이었다. 어플을 닫았다. 나 아직 버틸만한 거 같아. 결국 늘 그렇듯 엄마와 남편을 상담사로 삼았다. 남편은 무언가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게 꼭 거창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달라 했더니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본인이랑 행복하게 사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가족과 남편이 한 가지 삶의 목적이 될 순 있지만 그게 '나'는 아니잖아.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더니 엄마가 물었다. 그럼 그 '나'를 뭘 해야 지킬 수 있는데? '나'는 뭔데?... 그러게.
내가 말했다. 먹고살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별 걸 다 걱정하게 됐다고. 등 따시고 배부르면 됐지. 솔직히 당장 생계가 막막하면 지금 하는 고민들은 다 뒷전이 될 것 같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마음을 좀 비워야겠다.
헝가리에 홍수가 났다. 강변 산책로와 도로가 전부 물에 잠겼다. 이제 며칠 지났으니 좀 나아졌으려나. 주말에 결혼식용 스냅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그건 별로 걱정이 안 되고 수해가 걱정이 된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건강하기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피티를 받고 있는데 좀 지루해져서 다른 운동을 하고 싶지만 난 나를 안다. 강제성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위염도 자꾸 오락가락한다. 먹는 걸 좋아해서 식습관 개선이 힘든 것도 있지만 이건 다 직장/스트레스 때문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스트레스받으니 자꾸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이젠 진짜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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