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
퇴근하고 남편이랑 카페에 갔다. 이제서야 마차 역병이 제대로 불기 시작하는 부다페스트... 뭐 이래 저래서 마차가 좋다고 하네요. 5월에 선물 받았던 시칠리아산 페스타치오 페스토로 파스타를 해먹었다. 맛있었다...
저녁 먹으며 본 달과 멋진 노을. 아직 이사 날이 정확하게 정해지진 않았지만 헝가리에 와서 거의 5년을 산 이 집을 곧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괜히 울적하다. 다른 것도 좋지만 특히나 이 뷰가 좋은 집인데.
2025.07.08.
새로 나온 고양이, 강아지 복권을 안해봐서 오랜 만에 사봤는데 1포린트도 안됨. 고양이의 배신...ㅠ_ㅠ
학원 가는 길 한 가게에 고양이가 있는 걸 봤다. 아기까지는 아니고 어린이 고양이... 시누이네 아기 고양이가 보고 싶었다. 돈은 안주지만 행복을 주는 고양이.
헝가리어 수업에 새로 들어 온 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너무 잘 한다. B2는 될 거 같은데 왜 여기 계세요. 물 흐리지(?) 말아주세요...
수업 끝나고 동료들이랑 강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수업 전에 쿠스쿠스 도시락도 먹었음ㅎ)
비가 며칠 오더니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 곧 가는 스코틀랜드랑 기온이 같아서 굳이 피서를 안가도 될 지경이다.
2025.07.09.
입맛이란 대체 뭘까? 해외에 나와서 가장 고생하는 것, 힘든 것 중 하나는 입맛이다. 나는 10년을 가까이 유럽에서 살면서 여러 나라의 음식을 접하고 즐기기도 하는 편임에도 꽤나 자주 아시아 음식을 찾고 한식에 대한 갈증을 항상 가지고 산다. 그만큼 입맛이 바뀌는 건 힘들다는 건데 왜 그런 걸까? 반대로 헝가리인인 남편이 한국에 여행 갔을 때 유럽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기도 하는 거 보면 어릴 때 뭘 먹고 자랐냐가 정말 중요한가보다. 남편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매운 것도 잘 먹고 제육볶음 좋아하고 그랬으려나.
일 끝나고는 운동. 필테하고 헬스하고 야무지게 장도 봤다. 도미 살만 발라져 있는 필렛을 한번 사봤다. 주말에 남편이랑 구워먹어야지.
2025.07.10.
난 공감 능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매우 감정적인데다 감정을 말하면서 푸는 성격인데(그래서 블로그도 함.)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감정 쓰레기 통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는지 종종 걱정이 된다.
왜냐면 누군가에게 내가 감쓰가 된 느낌이라서…😃 와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만. 점점 T발 C가 되어가는 건지 머릿 속으로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놀랐다.
일 끝나고 머리 하러 갔다. 씐나. 어느새 나름 단골이 된 온리아 헤어. 부다페스트에 온다면 온리아 한인 미용실을 찾으세요! 예전엔 돈 아끼겠다고 염색약 사와서 직접하고 그랬는데 염색 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맘에 들게 하고 살아야겠다 싶었다. 뿌염하고 고민하다가 커트도 했다. 자를 땐 머리가 짧아져서 슬펐는데 다 하고 나니까 훨씬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대충 말해도 알아서 잘해주시는 편이라 거의 오마카세임.
머리도 좀 자르려구요. 쫌만요. 이 정도로 자를까요? 넹~ 머리 층도 좀 칠까요? 넹~ 앞머리도 조금만 자를까요? 넹~ 넹넹넹~
나와서 저녁 사먹고 바로 집에 가려고 했는데 봐버렸다 핑크빛 노을을… 이거 보고 어케 바로 집에 가나요?
노을 덕후 부다페스트 덕후인 나에게 불가능. 냅다 강변 산책 가버려. 구름이 많아 사진에선 좀 밋밋한 느낌으로 나왔지만 실제로 정말 예뻐서 중간 중간 계속 멈춰섰다. 선선한 강바람과 물냄새, 핑크빛 노을… 지나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언어를 듣는 것도 재밌었다. 국회의사당까지 걸은 김에 머르깃 다리까지 걷지 뭐 하고 냅다 걸음. 그렇게 한시간을 걸었더니 지쳐서 이제 트램타고 집 가야지 했는데 직면한 공사판… 트램 공사🤦🏻♀️ 버스 기다리나 걸으나 비슷할 거 같아 또 걸음. 10분 추가요.
집에 오니 완전 녹초가 되었다. 씻고 잠에 들었다.
2025.07.11.
퇴근하고 네일을 받았다. 연보라 자석 네일이라 은은하니 예쁜데 사진에 안담기네…
필요한 거 사러 갔다가 이 파를 보고 반했음. 헝가리 대파는 한국 대파에 비하면 많이 작은데 여름이라 그런지 꽤 큰 파가 종종 보인다. 신선한 파를 보면 사야하는 한국인. 집에도 사놓은 파가 있어서 당장 쓸 것을 제외하고 엉엉 울면서 썰어 냉동 해놓았다.
저녁 준비를 간단히 해놓고, 남편을 데리러 갔다. 마중 나올 줄 몰랐다면서 놀라는 남편을 보며 뿌듯. 저녁은 도미 필렛과 구황작물 세트. 여름엔 옥수수지. 옥수수에 버터+맛소금+파슬리가루 해서 오븐에 구웠다. 너무 맛있어! 도미는 최근에 알게된 프랑스 식으로 구워봤는데 맛있었다.
2025.07.12.
요즘 헝가리에 이런 광고판이 넘치는데 이거 정부의 아주 유치한 프로파간다, 선전이다. Mint két Tojás(like two eggs)는 남편이 설명해줬는데 이해하기로 도찐개찐..? 저 아저씨는 머져르 피터라고 야당 주요 인사인데 이 아저씨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같은 사람이라고… (왼쪽에 젤렌스키 있음) 공격/까내리는 건데 유튜브에도 이 유치한 프로파간다가 뜨는데 다 알아듣진 못하는 나한테도 아주 낯뜨겁다. 남편 왈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었을 거라는데 아니길 바라본다…
브런치 커플 브런치랑 지난번에 못먹은 치즈케익도 먹고. 뭔가 헝가리어로 된 컨텐츠(?) 가 필요해서 서점에 갔다. 다소 읽기 쉬운 로맨스 소설을 하나 사볼까 하다가 한강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채식주의자(Növényevő), 희랍어 시간(Görög leckék), 소년이 온다(Nemes teremtmények) 아직 셋만 헝가리어 번역본이 있었다. 집에 소년이 온다 한국어판이 있어서 교차로 읽어볼까 하고 소년이 온다를 사보았다. (한국어판도 아직 덜 읽었지만) 원래는 필기도 하려고 했는데 내지가 아주 하얗고 유럽 책 답지 않게 고급 제본이 되어 있어 소중히 보관할 느낌…
몇주째 해먹어야지 했던 백숙을 했다. 초복을 못챙길 것 같으니 미리 초복인 셈이다. 황기, 인삼, 대추 잔뜩 넣고 푹 끓였다. 살도 다 바르고 찹쌀밥도 같이. 근데 이 나라 닭이 너무 커서 냄비가 지금도 나름 큰데 더 커야 될 거 같다. 국물에 비해 살이 많아서 일부는 깻잎무침 해서 깻잎에 쌈싸먹었다. 올해는 깻잎자라는 게 시원치 않은데 그래도 여름이라고 나름 열심히 자라는 중. 휴가 동안 살아남길… 남편은 정석으로 한번 먹고 쿠스쿠스 말아먹고(?) 또 한 그릇 먹고 몇시간 뒤에 주방에서 또 퍼먹고 역시 누구나 좋아하는 치킨 수프🤣 휴가 전 하루 반도 안남은 상황에 너무 많이 했나 싶었지만 기우였다. 남편이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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