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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연애] 데이트 어플로 만났어요. 와이낫이 부른 첫 데이트.
    헝가리 라이프/국제연애 2023. 3. 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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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연말, 꼬박 4년을 만난 전남친과 헤어지고 연애에 대한 회의가 몰려옴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럼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데이트 어플을 사용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이런 이상한 의식의 흐름으로 일단데이트 어플의 대명사 ‘틴더'와,
    어디서 주워 듣고 틴더보다 진지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범블(Bumble)’을 깔았다.

    틴더는 한번 들어가보니 느낌이 너무 가벼워 거의 안들어가게 됐고, 자연스레 범블만 하게 됐다.

    범블은 매칭이 되면 여자가 먼저 말을 거는 시스템이고, 프로필에 꽤나 자세한 내용을 나타낼 수 있었다.
    처음엔 원하는 나이대나 조건 설정이 가능했던 것 같다. 나보다 위아래로 몇살까지 가능 이런 식으로.
    조건은 흡연 여부 같은 걸 정할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조건에 안맞는 사람을 아주 거르는 건 아니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을 먼저 보여줬던 걸로 기억한다.

     

    내 프로필. 서술 부분도 있지만 사실 가장 유용했던 부분.
    종교/흡연여부, 취미, 어떤 형태의 연애를 원하는지 나타낼 수 있어서 좋았다.

    연애 형태 중 캐주얼은 정말 가벼운 데이트(육체적인 관계만 추구할 가능 성이 높다.)
    릴레이션십은 일반 진지한 연애. 결혼상대 찾음까지 있었던 것 같다.

    프로필 작성과 조건 설정이 끝나면 위치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뜨기 시작한다.

    한 2-3일간 진~짜 많은 사람들을 스와이프 했는데  그 중 매칭돼서 대화를 나눈 사람이 대여섯명 정도 됐다.
    그런데 그 중에서 실제로 대화가 이어졌던 건 두명이었는데 그 이상의 느낌 없어서 흐지부지.

     

     

    그러다 찾은 이 남자. 프로필이 심플하다.
    서술 설명은 전혀 없는데 프로필에 따르면 술은 적당히, 비흡연, 연애 원하고 바다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 남자.
    사진도 여러 여행지에서 찍은 것을 보니 여행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사실은 뭣보다 외모가 맘에 들었다.. 솔직히 그랬다.. 다른 사진은 다 뚱하고 무뚝뚝해 보였는데 사진 하나가 선배드에서 통 파인애플 칵테일을 소중하게 쥐고 웃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그게 쫌 귀여웠다.
    오른쪽으로 스와이프 했더니 헉 매칭이 된 게 아닌가. 

    간단하게 인사하고 형식적인 이야기 하는데 같은 시기에 이탈리아 팔레르모에 갔다온 것을 알게 돼서 신기하다며 어플로 채팅을 좀 하다가 냉큼 그 주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

     

     

    만나서 뭐할지 이야기하다가 당시 크리스마스 마켓 준비 중이었던 터라 크리스마스 마켓을 첫만남 장소로 정했다.
    약속을 정하던 중 마침 준비 중인 마켓을 지나가다 찍어 보냈던 사진.

    그런데 그게 주중이었고 토요일에 만나기로 정했는데 당일까지 연락이 없었다. 남자가 연락이 없는 건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던데 별로 관심이 없는 건가? 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그래, 아니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늦지 않은 시간에 연락이 와서 약속을 잡았고, 부다페스트 데악 광장에서 8시에 만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기 시작했던 11월 말.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음, 이 남자 늦는다.
    연락도 없어, 약속 시간도 이상해, 첫만남에 늦어. 아 얘도 그냥 한번 나와보는구나 싶었다.

    결국 15분을 늦게 나온 이 헝가리 남자. 내 앞에 나타나서 웃는데 뭐야 왜 이렇게 어려보이지?
    나보다 어린 건 알았지만 20대 중반이어야 하는데 초반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어색하게 인사하고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걸어가는데 대화를 하는데 앞만 보고 걷는다. 이건 또 뭐람…
    마켓 도착해서 멀드와인 한잔 사서 광장 한쪽에 앉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나는 안 쳐다 보며 말을 해서 내가 별로구나 싶었다. 그래도 거기서 헤어지진 않고 와인 마시고 다른 마켓으로 가던 길에 부다페스트 관람차를 지나는데 타봤냐고 묻는다. 안타봤다니까 타볼래? 나 : 와이낫? (당시 실연의 상처로 와이낫 병에 걸림)

     

    와~ 부다 성도 보이네 하면서 사진 찍었던 기억이…

     


    그렇게 처음 본 남자랑 관람차를 탔다. 어색해 죽는 줄.
    침묵을 못 참는 스타일이라 할 말 생각하느라 정말 애썼다. 그런데 티키타카도 별로 안돼서 대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
    이 데이트는 어디로 가는 걸까…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관람차 타고 다른 마켓으로 넘어갔는데 이미 마켓이 닫은 상황. 날도 춥고 한잔 할래? 하는 이 남자… 나 : 와이낫? 여기저기 걷다가 번화가의 한 술집에 들어갔다.
    둘이 화이트 와인 한 병 어떠냐는데, 나 : 와이낫?
    근데 솔직히 거기서도 이야기하는데 막 재밌다는 느낌은 안들었다.
    나한테 엄청난 관심이 있는 거 같지도 않고 질문도 많이 없고 이야기도 끊기고 주제가 없어서  당시 헝가리 선거 철이었는데 정치 이야기까지 했다. 그냥 저냥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어느새 12시가 됐다.
    재미없다면서 시간은 잘갔네… 근데 이 술집이 12시쯤부터 테이블을 치우고 지하 클럽으로 사람들을 유도하는 거다…! 이런 컨셉이…!
    클럽 갈래? 하는 이 남자… 나 : 와이낫..?
    내려가서 옷이랑 가방 맡기고 클럽에 입성.
    엄청 작은 클럽이었는데 맥주 사서 구석탱이에서 홀짝 홀짝 마셨다. 사실 클럽은 가본적이 거의 없는 터라… 뭘 어찌해야하는지 몰랐음. 어플로 만난 남자랑 첫만남에 클럽까지 오다니!!
    내 속의 유교걸과 싸우고 있는데 다 마셨냐고 하더니 대뜸 내 손을 잡고(!!!) 춤을 추러 갔다(!!!)

    굉장히 당황했으나 와이낫 병에 걸려 대충 나도 춤이란 것을 춰봤다. 클럽은 시끄럽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재밌잖아…? 언제 또 이렇게 놀아보겠냐며 4년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2시쯤 헤어지고 귀가했다.
    다음날 뒤늦게 맘구석 유교걸이 나온 나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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