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일기 : 한국 휴가를 마치고 헝가리로
2024.10.28
사랑니를 뽑으러 가는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뭘 맘 편하게 먹을까 생각하다가 아직 자장면 먹은 게 생각이 안 나 혼자 중국집에 갔다. 면이 얇은 건 좋지만 소스에서 은근히 돼지 냄새가 나서 실망이었다.
미루던 사랑니 발치를 이번에도 미루면 2-3년 뒤에나 뺄 것 같아 결심했는데 너무 무서웠다.
이미 많이 자하 뽑기 쉬운데도 왜 이렇게 무서운지. 나이 들면 느는 건 겁 뿐인가보다 정말.
사랑니 뽑고 이것저것 은행 일 보러 다니며 머리 털 빠지고 스트레스받았는데 엄마가 사랑니 뽑았다고 녹두죽을 해줬다. 근데 불고기 쌈을 너무 잘 싸 먹었다.
2024.10.29
이 날 뭐 했지…? 은행 여기저기 쏘다니며 해외 송금 알아봤는데 스트레스가 대단했다. 해외 송금은 그냥 하나은행 가는 게 제일 좋은데 한국> 외국 송금에 이것저것 고려 할 게 정말 많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증명사진 찍고 맘스터치 먹고 엄마랑 장보고 밤에 산책 다녀왔다.
엄마가 사주는 옥수수 아이스크림 존맛.
2024.10.30
한복 찾으러 엄마랑 대구 갔다가 신세계에서 중식당을 갔는데 탄탄면, 깐풍기, 소룡포, 청경채 볶음까지 너무 푸짐하게 먹었다. 쇼핑 간단히 하는데 엄마랑 이렇게 다니니까 너무 좋았다. 자주 못하는 사실에 또 마음이 미안해졌다.
한복 찾으러 갔는데 실수로 까먹었다고 해서 받지 못했지만 한국 뜨기 전에는 해준다고 하셨다.
뭐 덕분에 망설이던 갈래치마를 추가했다. 한복 주문 제작이 일주일 만에 되는 한국 진짜 속도 미쳤다.
오는 길에 팔공산에 들러 간단한 단풍 구경과 티타임을 가졌다.
개조한 한옥 느낌의 카페였는데 너무 시끄럽지 않아 좋았다.
이번에 놀란 사실 한 가지, 한국 카페는 사람이 많으면 진짜 무지 막지 하게 시끄럽다.
그리고 유럽의 커피들이 그리웠다. 이번에 카페 갈 일이 많이 없긴 했지만 카푸치노나 라테는 맛이 별로여서 그나마 한국에서 잘 만드는 마차/녹차라테나 밀크티 위주로 마셨는데 왜 이렇게 다 달아졌는지.
2024.10.31
마사지를 한국에 오기 전에도 오고 나서도 너무너무 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안 나서 못 받다가 가기 2일 전에 받을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머리털 다 뽑고 싶었던 은행 일을 마무리하고 혼자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눈썹 문신을 받았다.
벌써 네 번 이상 같은 분께 받고 있는데 너무 잘 참으신다고.... 막판엔 살짝 잤는데 아셨을까...?
그리고 바로 네일까지 받으러 갔다. 한국 갈 때마다 꼭 화려한 네일을 하는데 이번 네일은 정말 정말 맘에 든다.
집에 왔는데 엄마 아빠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안 계시고 짐이나 마저 쌌다.
기다렸다가 아빠한테 치킨 사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배가 갑자기 너무 고파서 내 돈으로 시켰는데 치킨 오자마자 아빠가 왔다... 젠장... 그래도 아빠랑 맛있게 먹었다. 대구통닭.... 교촌보다 맛있어.
2024.11.01.
엄마 아빠랑 온전히 함께 보낸 날.
집 근처 절에 다녀왔는데 비가 왔지만 가을 분위기가 만연했다.
점심은 웨이팅까지 해서 꼬막 짬뽕도 먹고 사진도 찍었다.
사진은 셀프스튜디오에 가서 제대로 찍고 싶었는데 아빠가 거부했다.
다음엔 사위도 데리고 가서 꼭 제대로 찍어야지.
드디어 한복이 왔다. 딱 깔끔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라 좋았다.
춤은 못 추지만 이거 입고 춤추면 정말 예쁘겠다 싶었다.
2024.11.02
다시 한국을 떠나 헝가리로 가는 날.
비즈니스에 짐 추가까지 해서 30킬로짜리 위탁 수하물이 무려 세 개에 기내 캐리어, 백팩, 핸드백까지 짐이 엄청 많았다.
아빠가 염려의 말을 끊이지 않아서 스트레스받았다.... 아니 들고 갈 수 있다고 다~!
터미널에서 부모님과 또 한 번 이별을 하고 휴게소에서는 타코야키를 사 먹었다.
30킬로가 넘는 짐들을 옮길 때 힘든 건 사실 카트에 올리거나 수하물 부칠 때, 찾을 때 정도.
금방 부치고 홀가분하게 비행기에 탔다.
인생 첫 프레스티지라 사실 너무 편하게 왔다....
다리도 안 붓고 밥도 많이 주는 프레스티지 최고...
우선으로 내리고 짐도 빨리 나와서 입국 심사도 빨리 하고 집에 빨리 갈 수 있는 프레스티지 최고...
돈 많이 벌어야겠다.
택시아저씨가 놀라지도 않고 짐 싣는 걸 잘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이 마중 나와 있었다.
남편도 주말 전후로 꽤나 피곤한 이동을 하고/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항 마중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사실 남편이 오면 택시에 자리가 없을 까봐 걱정이 됐다.)
남편은 혼자 100킬로를 넘게 가져온 맥시멀 리스트 아내를 둔 것에 한번 더 놀랐다.
네가 같이 안 가서 허한 마음을 채우느라 이렇게 산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3주 만에 보는 거라 1분 1초가 너무 소중했다.
2024.11.03
남편과 함께 일상으로 복귀했다.
매주 주말 그렇듯 브런치를 하고 커피가 너무 그리웠어서 샷추가한 대왕 라테를 마셨다.
최근 남편이 요즘 이것저것 필요한 걸 산다고 해서 기쁘다.
남편은 진짜 물건이든 옷이든 다 떨어져서 기능을 못할 때까지 쓰는 편이기 때문에...
그래도 지저분하게 다니는 편이 아니라 나는 그냥 또 둔다.
이런 걸로 싸워봤자 서로 머리만 아프다.
근데 드디어 백팩을 산다고 해서 근처 쇼핑몰에 가서 하나 골라줬다.
고작 2주 한국에 가 있었을 뿐인데 완전 가을이 된 부다페스트다.
저녁은 갈치와 송이버섯, 남편이 만든 소고기 스튜를 먹었다.
한국에서 갈치 가져오는 사람 누구? 나....
송이버섯 가져오는 사람? 나....
갈치는 포항 갔을 때 산 제주 갈치인데 까먹었다 내가 갈치로 요리를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간이 하나도 안되었지만 남편이랑 맛있게 먹었다.
송이버섯은 아빠가 사우 먹이라고 딱 세 개 챙겨준 것인데 남편은 맛있다고는 했지만 욕심은 내지 않아 욕심쟁이인 내가 거의 다 먹었다.
남편표 소고기 스튜도 언제나 그렇듯 너무 맛있었는데 아쉽게도 사랑니 뽑은 것 때문에 힘들어서 많이 먹기가 힘들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남편이 다시 폴란드로 갔다.
빨리 다시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