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활

해외 생활 9년 차, 장강명 장편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_oneday_ 2024. 9. 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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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온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소설 원작이 있다.

 

자극적인 제목의 이 소설은, 계나라는 인물이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을 하는 이야기인데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도서관에서 대출 하지도 않고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작년 즈음 영화화 소식을 듣고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최근 실물 책을 잠시 빌릴 기회가 생겼는데 이번에도 주말에 걸쳐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2015년 출간으로 내년이면 벌써 10년이 된다.

그런데 책에서 언급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꼭 어제 쓰인 것처럼 같았다.

낮은 출산율과 빈부격차, 끊임없이 물질로 비교하는 사회.

 

우린 지난 10년 동안 무엇을 한 걸까?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은 이나는 다시 영국에 갔고, 영국에서 이탈리아로, 이탈리아에서 헝가리로 옮겨 다니며 8년을 보냈다.

 

소설의 인물 계나는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났지만 나는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영어가 돼도 이 나라의 언어는 못하고 기존 시스템과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찌 고국에 사는 것보다 편하고 쉬우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 종종 내 손발이 고생하기도, 지갑이 고생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그럼 나는 한국이 싫은 것도 아니고, 사서 고생을 하며 왜 계속 외국에 살까?

 

한국의 장점이나, 한국을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국적불문 모두가 언급하며 동의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편의성'

 

편의와 효율에 미친 나라...! 나름 해외에 잘 적응하고 사는 나도 아직까지 나도 모르게 종종 하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은, 한국이었으면....

 

근데 이 편의와 효율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물론 한국인이 타고나길 일을 잘하는 것도 있고 기술의 도움을 받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편의와 효율 때문에 경쟁적 사회가 극단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뭐든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대한 편하게, 빨리 빨리.

 

이 것이 사람의 인생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좋은 대학교에 진학해 정신없이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에 성공하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재수, 휴학은 기존의 루트에서 벗어나 시간을 소요하는 선택을 한다면 사람들은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

그 1년, 2년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10대 20대의 1년은 분명 50대 60대의 1년과 같은 가치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1년, 2년을 잠시 학업, 취업이 아닌 다른 것을 하게 되면 그 인생은 실패 하는 것일까?

 

나도 6개월 휴학을 했을 때,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워홀에 가기로 했을 때, 나 스스로도 불안해 했고 주변에서도 "걱정 어린" 말들을 했었다.

 

그러나 남들과 같은 길을 간다고 불안하지 않은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고 불안하지 않은가?

 

불안은 내 스스로 안에서 없애지 않는 이상 어떻게 살든 존재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럼 그렇게 생각하고 한국에서도 살면 되지 않냐 할 수 있지만 나는 멘탈이 너무 약한 것 같다.

나는 불안을 계속 안에서 만드는 사람인데 외부에 나에게 주는 영향을 막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아무도 내가 사는 방식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여기가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한 것이다.

 

가끔은 그래도 한국에서 못사는 내 지랄맞은 성격이 야속하기도 하다.

그냥 '남들처럼' 살 수 없는 내가 답답한 거다.

 


 

써놓기만 하고 올리지 못한 글이 잔뜩인데 오랜만에 올린 글이 왜 한국에 살지 않는 지라니.

그 외에도 여러 요소가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려고 한다.

 

용두사미 결론이지만 한국도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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